빌딩과 자동차들이 가득한 도심의 팍팍한 일상을 벗어나 시원한 자연으로 달려가고자 자전거를 타거나,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벽에 걸어놓거나, 거대한 빌딩 옆에 놓아도 눈에 거슬리지 않는 유쾌한 만화경을 보여주는 이스라엘 출신의 조각가 데이비드 걸스타인(David Gerstein, 68)이 '인피니티 조이'라는 타이틀로 만든 작품을 가지고 한국에서 세 번째 개인전을 위해 평창동 가나아트센터를 찾았다.
"작업의 주요 콘셉트는 거울이라는 단어를 말하고 싶습니다. 거울의 이미지는 쾌적하고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이면에는 작가가 의도한 감성이 담겨있습니다. 저의 작업은 정교하고 아름답고 맛있게 보이는 음식처럼 누구에게나 행복하고 맛있게 받아들여지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행복을 전해주기 위해 거울에 비친 우리네 삶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한국을 찾은 작가 걸스타인이 자신의 작업에 대해 밝힌 의미이다. 그는 작품을 통해 한 개개인의 표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대중들의 전체적인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삶의 모습이 보이고 있지만 대중들에게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의 설명처럼 전시장의 설치된 작품들은 도심 풍경을 전체적으로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도시 속 우리 삶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도시 풍경은 내 작업의 확장입니다. 특히 뉴욕, 파리, 런던 등 대도시의 일상의 삶은 모두 비슷합니다. 도심 속 사람들의 얼굴에는 기쁨과 슬픔, 격정 등 다양한 표정들을 가지고 있지만, 도심 속 공해와 일상의 모습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바로 우리가 희망하는 꿈의 모습을 형상화 한 것 입니다" 이어 "사람들은 내가 재미있고 유쾌한 무언가를 의도하고 작업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코 이를 의도한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흥미진진한 것으로 가득한 우리들의 일상에 주목하고 이를 작품에 담아내고자 할 뿐입니다"라고 작업에 대해 설명했다.
걸스타인의 작업은 현대 대중소비사회의 물질적 풍요와 이에 따른 생활방식의 변화와 시각적 풍경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순간의 인상이나 느낌, 자신이 포착한 현실의 프레임 속에서 끝없이 생성되는 삶의 에너지와 기운들, 변화하는 시각적 환영의 흔적들도 담아낸다. 이번 전시는 자칫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대상에 특유의 생동감을 부여하는 걸스타인의 작품은 대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동시에 시각적 차원을 넘어서서 예술이 지닌 창조적 리듬과 운동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삶의 리듬을 위트 있게 만드는 감성 레시피가 가득한 그의 작품들은 6일부터 29일까지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와 5월 9일부터 6월 2일까지 가나아트 부산에서 만날 수 있다.<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