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진 “따분한 세상… 작업이 재미 느끼게 해줘요”

PKM갤러리서 6월 3일~7월 15일 개인전

김금영 기자 2011.05.31 10:42:52

“이번 전시는 주제가 따로 없어요.” 전시의 주제에 관해 묻자 예상과는 다른 답변이 날아온다. 전시장 이곳저곳에 설치돼 있는 조각들이 한 주제로 모여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작가는 따로 주제를 만들고 그 범위 안에 작품들을 한정짓지 않는다. 자유롭게 작업을 하는 작가, 그가 바로 함진이다. 함진이 서울 화동 PKM갤러리에서 6월 3일부터 7월 15일까지 개인전을 연다. 1cm를 겨우 넘는 초소형 조각들로 주목을 받은 작가는 2004년 PKM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을 시작으로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를 비롯해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도쿄 모리미술관, 에스파스 루이비통 파리, 삼성 로댕 갤러리 등에서 그만의 독특한 작업 세계를 보여 왔다. 이번 개인전은 2005년 이후 국내에서 열리는 그의 두 번째 개인전으로 신작들이 공개된다.

이전 작업에서 작가가 자신만의 소인국을 보여줬다면 신작에서는 이보다 한 단계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 과거 작업이 주로 사람, 건물 등 완벽한 형태를 위주로 이뤄졌다면,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고무 성분이 섞인 합성 점토를 사용해 불완전한 형태를 지닌 반추상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손과 핀셋, 바늘 등을 이용해 만들어진 형태들은 인간처럼 보이기도 하고 동물처럼 때로는 기차나 외계생물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보다 폭넓게 작업하고 싶었습니다. 이전 작업을 할 때 어느 순간 범위가 한정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작품들은 크기 자체는 크지 않지만 들여다볼수록 새로운 면모가 보이는 매력이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찰흙 덩어리가 공중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람, 나무줄기 등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성’을 연상케 하는 조각들은 환상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할 것 같은 작업이 왠지 치밀한 계획 하에 이뤄졌을 것 같다. 하지만 작가에게서는 또 의외의 답변이 날아왔다. “구상? 저는 그냥 하고 싶은 대로 작업해요. 즉흥적이고 유희적인 게 제 작업의 콘셉트죠. 지금 작업도 이전 작업을 하다가 재미없다는 생각에 그림을 그리다가 영향을 받게 됐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 저는 덧칠하면서 그리기보다는 한 번에 선을 긋는 타입이에요. 스케치도 따로 하지 않고요. 설계하고 작업에 들어가지 않는 점이 이번 신작 작업에도 이어졌어요.” 전시장 1층에는 조각들이 설치돼 있고, 2층에는 신작에 영향을 준 회화 작품들이 전시된다. 오랜만에 열리는 작가의 개인전에 대해 박경미 PKM갤러리 대표는 “일찍 주목 받으면 매너리즘에 빠지는 등 방황하는 시기가 올 수도 있는데, 21살 어린 나이에 미술계의 주목을 받은 함진 작가가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줘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시에서 함진 작가의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향후 작업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작가에게 있어 작업은 삶은 살아가는 ‘재미’라고 한다. “매일 일어나서 밥을 먹고 일하고 잠을 자는 등 똑같이 반복되는 생활은 따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작업을 할 때는 정말 희열을 느껴요. 또한 그냥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언가를 오늘 남겼구나’하는 성취감도 들게 해 주고요. 앞으로도 사람들이 슥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시선을 끌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