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삶의 질이 향상 되면서 여가시간을 활용한 문화생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 영화는 물론 공연이나 음악회, 미술전시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예술을 즐기는 이들이 늘면서 문화생활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흔히 미술관은 고급문화 장소라는 인식이 많고 박물관은 학창시절에 단체 견학을 가는 고리타분한 공간이라는 편견이 강하다. 그러나 이런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가 2011년 한 해 동안 박물관과 미술관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수도권 만 15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문화시설 이용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방문하는 목적은 흥미로운 전시를 보고 싶은 이유(61.9%)가 가장 컸다. 가족 나들이의 일환(40.8%)으로 찾는 경우도 많았으며 본인의 소양을 쌓을 목적으로(35.9%) 방문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자녀의 교육목적(27.9%)과 근처에 갔다가 우연히 들리는 방문(27.1%)이 그 뒤를 이었다. 미술관 및 박물관의 방문횟수는 3회 이하가 66.8%로 가장 많았으며 4~5회 26.8%, 6회 이상 6.4%였다. 20대 여성의 경우 4~5회(35%), 6회 이상(9%) 방문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특징을 보였다. 미술관 및 박물관 이용시에 불편한 점으로는 비싼 관람료(53%)가 1위로 꼽혔으며 불편한 동선과 쉴만한 공간 부족(41%) 및 브로셔나 안내문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전시품(40.4%)에 대한 불만 사항이 많았다. 또한 모든 연령층을 위한 전시가 드물고(39.8%), 전시 내용이 식상하고 질린다는 응답(30.8%) 역시 이용 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었다. 향후에 가장 관람하고 싶은 전시 종류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시품 초대전(64.3%), 체험이 강화된 전시회(56.5%), 현대 작품 관련 전시회(42.8%)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대중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현재 모습은 어떤가. 미술관이나 박물관도 변화를 추구하고 좀 더 대중들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일례로 영국의 문화 예술 및 미술관·박물관 분야 전문지 아트뉴스페이퍼(The Art Newspaper)가 올해 4월호를 통해 발표한 2011년 방문자 수 기준 전 세계 미술관·박물관 전시 순위에 따르면 한국의 미술관은 48위, 방문자수 기준 전시 순위는 142위를 처음으로 순위에 오르는 등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한국은 세계 10위 미술관·박물관에 국립중앙박물관이 323만9549명으로 9위에 들었을 뿐 어느 미술관도 10위는 물론 20위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유일한 미술관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이 106만4112명으로 48위에 머물렀다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였다. 여기에 전시 순위는 더욱 밀려 박물관은 53위, 미술전시는 142위로 그 동안 한국내에서 미술관·박물관들이 대중들에게 외면을 받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미술관들이 소수를 제외하고 공공의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좋은 작가와 좋은 작품으로 좋은 전시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중이 원하는, 대중에게 맞춘 전시로 자연스럽게 방문을 유도하는 점이 중요하다. 미술관은 정해진 타깃층이 있는 일반적인 상업갤러리와는 달리 공공의 성격을 지닌 곳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사)한국사립미술관협회가 가족과 함께 하는 예술체험 축제인 ‘2012 Museum Festival_예술체험 그리고 놀이’를 31일까지 여는데 올해로 7회째다. 협회 회원 중 전국의 51개 사립미술관들이 각 미술관의 특성을 살린 맞춤형 전시를 열고 전시와 관련된 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미술관 축제로 대중에게 얼마나 가까이 다가섰는지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행사다. 대중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박물관은 교양을 쌓는 장소이자 문화체험공간, 미술관은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면서 교양을 쌓은 장소라는 평가가 많은 만큼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적극적인 자세로 변화에 대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