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해진 색채감과 깊이감 있는 작품들로 사계의 나무와 산 풍경을 보여주는 이동협 개인전이 빛갤러리에서 15일부터 29일까지 열린다. 여자와 나무를 택하라면 조금의 고민 끝에 나무를 택할 것이라 말하는 이동협은 캔버스에 한 그루 한 그루 나무를 그려넣어 ‘나무를 심는 노총각’이라는 타이틀로 2011년 봄에 전시를 열었다. 그 나무들이 봄을 지나 여름을 맞아 청산으로 우거지고 노총각은 그 속으로 은거 작업에 열중해 ‘나무를 심는 노총각 청산으로 은거하다’라는 올해 5월 작품이 됐다.
그의 기법적인 면을 살펴보면 주산의 모습은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게 그려 더욱 웅장한 모습을 보이며 앞쪽의 모습은 위에서 내려다보아 좀 더 넓은 장면을 묘사했다. 주산의 뒤에는 겹겹이 산을 그려 넣어 깊은 산중의 느낌이 나게 한다. 이것은 동양회화의 3원법으로서 한 가지 시점으로 관찰하기 어렵고 여러 곳을 탐방해야만 얻어낼 수 있는 장면표현 방식이다. 또한 점으로 묘사한 여름 나무의 모습과 선으로 마무리 된 바위는 일반적인 점과 테두리 같지만 하나하나 서예의 영(永)자팔법에 기반을 둔 점, 획과 닮았다.
점과 선은 동서고금 회화의 기본이 되는 기법이다. 작가의 한 점 한 점엔 삶의 고민과 번뇌가 숨어 있다. 대표적인 현대서양 재료인 아크리릭 컬러와 캔버스를 사용했지만 섬세하면서도 웅장함으로 동양회화의 한 가지 정신인 기운생동이 느껴지는 것은 이러한 기법과 준법이 기반이 돼 나타난다. 이번 전시는 이전 작업보다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완성도를 높인 작품을 선보이며 삭막해진 현대인들의 삶에 활기찬 청량제로서의 상쾌함을 선사한다. 김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