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만이 진정한 영속인 현대미술의 신화적 아이콘, ‘펠릭스 곤잘레스’

시한부 인생을 살았던 작가의 차별화된 예술작품 한 자리에

왕진오 기자 2012.06.24 16:55:45

“이 사탕 가져가도 되요?” “네, 원하는 만큼 가져가셔도 됩니다” 전시장 바닥에 가득 놓인 사탕더미를 본 관람객들이 머뭇거리며 질문하고 들은 대답이다.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바닥의 사탕을 주워 들고서 자신이 방금 가져온 사탕이 작품의 일부라는 사실에 사뭇 놀라움을 가지게 된다. 이 작품은 1980년,90년대를 대표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인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1957~1996)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으로 21일부터 9월 28일까지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진행되는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 Double'에 설치된 작품 ’무제‘(플라시보)를 본 관객들의 반응이다.

쿠바에서 태어나 1979년 뉴욕으로 이주, 사진을 전공한 곤잘레스-토레스는 1988년 뉴욕에서 첫 개인전 개최 이후 AIDS 합병증으로 38세의 짧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근 10년의 작품활동 기간 동안 소재나 형식 면에서 극도로 단출한 작품을 남겼다. 그럼에도 작가 사후 16년이 지난 지금까지 총 60회에 가까운 개인전과 700회가 넘는 그룹전을 개최했고, 2007년 베니스 비엔날레 미국관 대표, 2011년 그의 작품을 주제로 이스탄불 비엔날레가 개최되는 등 현대미술에 영감을 주는 신화적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주제인 ‘Double'은 작가의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한 쌍의 오브제를 의미함과 동시에 완벽한 사랑과 사회적 터부인 동성애, 작품의 감상과 훼손, 변형과 영속, 복제와 탄생 등 작품 안에 담고 있는 다양한 이중적 의미들을 상징한다. 작가가 일생동안 작업했던 빌보드, 시계, 거울, 사탕, 전구, 퍼즐, 인쇄물더미, 텍스트 등 일상적이고 한시적인 재료로 만든 작품들은 ‘사랑’과 ‘죽음’이라는 매우 사적인 삶과 사회, 정치적 비평을 병치시킨다. 동성애인 로스 레이콕인 AIDS로 죽어가는 시간과 소진되는 재료로 죽음의 공포를 담으면서도 ‘영원히 다시 채워지는’ 작품의 조건으로 재생과 영속을 기원했다.

또한 그는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의 진정한 공공성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예술작품을 관람객이 변형, 소유하게 하는 등 혁명적인 대안을 제시하여 기존 공공미술가는 물론, 선배 개념미술가들과도 차별화되는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아시아 미술관으로는 최초로 개최되는 이번 전시에는 뉴욕의 MoMA를 비롯한 세계 유수의 미술관 및 개인 소장가 22개처에서 대여한 작가의 대표작 44점이 출품된다.

특히 플라토와 함께 리움, 삼성생명 서초타워, 서울 시내 여섯 곳에 설치된 외부 빌보드를 전시장으로 활용하여 ‘반복’과 ‘복제’를 통해 ‘영속성’을 담보하려는 작가 작품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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