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쑥날쭉 가격…미술품 ‘시가 감정’은 어떻게

“부르는 게 값” 인식 바꾸고 일반에 적용할 가격 지수 산정 필요

김대희 기자 2012.08.13 10:46:25

최근 들어 고가 미술품 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미술품 거래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예전보다는 더 커졌다. 때문에 그림을 감상하면서 그림에 대한 많은 궁금증이 있겠지만 그 중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바로 그림 가격에 대한 의문이다. 그림가격은 적게는 몇 십만 원부터 많게는 몇 십억 원까지 수없이 다양하다. 도대체 그림가격은 어떻게 정하는 걸까? 미술 시장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많지만 그중 하나가 미술품 가격 바로 ‘시가 감정’이다. 얼마가 적정 가격이냐는 기준을 제시하는 기능이다. 미술 작품의 가치는 예술성 이외에 미적, 상품, 기호 가치 등을 포함한다. 이를 세부적으로 내적 가치, 외적 가치, 사회적 가치, 개별 가치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미술품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는 첫째 미술품의 절대 가치(작품성), 둘째 구입자의 선호도, 셋째 사회적 역학 관계, 넷째 작품의 컨디션(보존 상태, 크기, 제작 연대, 재료, 방법, 진위 등)과 경제 상황, 미술품의 투자수익률 같은 주변적 요인 등이다. 일례로 지난 2008년에 있었던 미술계를 크나큰 혼란에 빠트린 사건 중 하나로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46억2000만 원에 낙찰된 박수근 화백의 작품 ‘빨래터’ 위작 논란이 있다. 미술품 진위 감정이 얼마나 중요하고 과학적 접근을 해야 하는지를 학계와 미술계가 깨달은 계기가 된 사건이었다.

‘국민 화가’로 칭송 받는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는 미술품 경매업체 서울옥션을 통해 국내 최고가로 낙찰된다. 그러나 그 직후 한 언론매체가 위작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자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는 20여 명으로 특별감정단(위원장 오광수: 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을 구성했고 감정 뒤 엄중구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 소장(샘터화랑 대표)과 오광수 특별감정위원장은 “빨래터는 진품”이라고 발표했다. 결국 위작 논란은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고 법원이 “진품이라고 추정된다”며 원고 서울옥션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 판결은 또한 위작 의혹을 제기한 명예훼손 부분에 대해서는 “정당한 언론 행위”라며 피고 측 손을 들어줘 양측 모두가 절반의 승리에 머물렀다. 미술계 내부의 고질적인 문제가 터져 나온 ‘빨래터’ 논란은 결국 아무런 소득 없이 국내 미술인에게는 커다란 상처와 피해만 안겨 주고 어정쩡하게 끝난 셈이다. 미술계를 정화해야 하는 현실에 대해 암울한 잔상을 남기는 사건으로 기억되는 이유다. 이에 앞서 대규모 위작 시비는 1991년 4월 미술계를 흔들어 놓았던 천경자의 ‘미인도’ 사건이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주최의 ‘움직이는 미술관’에 출품된 복제판 ‘미인도’의 원화에 대해 작가 자신이 “내 작품이 아니다”라고 선언하면서 사건은 불거졌다. 결국 어떤 결론도 나지 않은 채 진위 문제는 미궁에 빠지게 됐었다. 같은 해 2월 조선일보에 ‘유명 화가 그림 15억대 위조…화가-화랑대표-중간상 4명 구속’이라는 제목의 미술품 위작 사건에 대한 기사가 나가기도 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유명 화가의 가짜 그림을 그려 ‘미발표 작품’이라고 속여 15억 원어치를 판매한 전문 위작단 2개 파 4명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미술계 안팎에서는 그림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인식이 만연하다. 보통 전시 작품을 판매하는 갤러리는 작가와 협의를 거쳐 1호당(1호는 우편엽서 크기에 해당) 가격을 매기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림가격이 올라가기도 내려가기도 한다. 갤러리의 그림 가격은 경매 출품작의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때문에 경매에 한 번도 출품되지 않은 작가는 갤러리 가격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김윤섭 (사)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전문위원은 “경매 낙찰가 기준으로 가격대를 선정하는 것 역시 굉장히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이는 경매 시장에서 일부 애호가의 관심 덕에 특정 작품이 엄청난 가격대를 형성할 수도 있고 반대로 폭락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내에는 미술품 구매자의 수요층이 얇기 때문에 불균형 시장이 생성되기 쉽기에 일반에 적용할만한 가격 지수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경매에서는 특정 작품에 응찰자가 대거 몰려 추정가보다 수십 배 오르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경매 출품이 잘 나가는 일부 작가에만 국한되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하고 또 인기 작가들의 경우 추정가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해 미술시장 거품이 빠지면서 그림가격이 급락하는 결과를 보이기도 한다. 이는 미술시장에 대한 신뢰가 깨지는 상황으로까지 번질 수도 있다. 아직까지 국내는 들쑥날쭉한 그림가격에 대한 특별한 기준이 없다고 볼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방안 개발과 노력이 시급한 실정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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