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을 미술로 표현하면 어떤 모습일까? 이러한 궁금증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문학과 미술이 만나는 시간이 마련된다. 대산문화재단과 통인옥션갤러리에서 올해 백석(1912~1996) 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백석 탄생 100주년 문학그림전’을 인사동 통인화랑과 통인옥션갤러리에서 9월 6일부터 18일까지 연다. 이후 전시는 한강선유도공원으로 옮겨져 10월 6일부터 7일까지 한 번 더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인 백석의 시를 미술로 재탄생킨 국내 화가의 작품을 전시해 문학과 미술에 대한 다양한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함에 있다.
다양한 기법과 형식으로 현대시의 미학을 깊이 있게 창조한 시인 백석.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시인, 시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으로 불리고 있지만 재북 작가라는 이유로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1987년 분단 시기까지의 작품을 모은 시 전집이 발간된 것을 계기로 한국 근현대시사에 한 획을 그은 시인으로 재평가 받게 됐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여승’ 등의 시로 유명한 백석은 남긴 작품이 많지 않고 재북 시인이어서 본격적으로 연구한 지 얼마 되지 않지만 가장 많은 시 연구자들이 탐구하고 싶어 하는 시인으로 꼽힌다.
올해 백석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삶과 작품을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번 전시는 백석의 시에 주목해 그 당시의 정서와 사회를 현대 화가들의 감성으로 접근한 문학그림 전시로 10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통인화랑 이계선 대표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역량 있는 작가들로 그림에 이야기가 있고 이를 그리는 작가들로 선택하게 됐다. 문학과 미술이 함께 동등하게 가는데 의의가 있다”며 “그림과 시를 함께 읽으면서 감상하니 그 의미가 더 컸다. 작가들에게도 시를 읽고 그 느낌을 그리도록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에는 백석의 시와 함께 김덕기, 김선두, 박영근, 서용선, 오원배, 이인, 임만혁, 전영근, 최석운, 황주리 10명의 화가가 백석 시인의 시를 그림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화가들의 그림은 문학 텍스트 너머에 서려있는 백석의 사랑과 꿈 등을 미술작품에 담아낸다. 참여 작가 중 최석운 작가는 “문학과 미술이 함께 한다는 자체에 의미가 크다. 시와 소설이 머릿속에 그려지며 상상력도 더 커졌다.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대산문화재단 곽효환 사무국장은 “이번 전시는 백석의 시에 대한 진수와 함께 화가들의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색다른 시간이 된다”며 “전시도록으로 제작된 ‘백석 시그림집’에는 시의 원문을 최대한 살리려 했고 시는 시기순(발표순)으로 게재했다”고 설명했다. 문학그림전은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의 문학작품을 미술로 형상화해 대표적인 기초예술인 ‘문학’과 ‘미술’이 상호 소통하고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하게 하는 문화체험의 기회를 대중에게 제공하고자 한다. 김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