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SP가 현란한 이미지와 색상들로 둘러싸인 일상적인 풍경을 백색으로 치환해 재해석하는 ‘화이트 스케이프 전’을 6월 2~29일 연다. 이번 전시에는 박병일, 차소림, 하태범이 참여해 오늘날 서울이라는 도시에서의 삶을 바라보는 시각과 주제의식을 동양화, 서양화, 사진, 입체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한다.
박병일은 세계 대도시의 건물을 화면 안에서 자신만의 구도로 조합해 재건한 도시의 풍경을 동양화의 특성을 담아 그려낸다. 수묵의 농담으로 쌓아 올린 건물을 실재를 근거로 하는 동시에 작가의 새로운 해석이 들어가 있는 진풍경을 보여준다. 작가는 고층의 빼곡한 빌딩 숲 사이에 백색으로 비워 둔 여백을 통해 도시와 인간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열어 둔다. 차소림은 추상적 기호들로 채워진 공간에서 유영하고 있는 사람들의 풍경을 담는다. 이런 초현실적 풍경은 현대인의 심리를 나타내는 것으로 시공간의 경계를 구분하지 않는 무한의 흰색이 주조를 이룬다. 하얀 기호의 제국에서 사람들은 소통하지 않고 각자 고립된 행위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태범은 언론 매체에 보도된 자연 재해나 각종 사건 사고의 현장 사진 중 몇 장을 선택해 이를 모형으로 다시 제작해 연출한 장면을 촬영해 보여 준다. 작가는 사람의 흔적과 체취가 배제된 단색조의 ‘백색광경’을 창조한다. 공간감을 상실하고 경계의 구분이 모호하며 시각이 마비된 듯한 백색광경은 오늘날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재현하고 있다. 박병일은 동국대학교 미술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지난해 중국 베이징 스콜라아트센터에서 제 5회 개인전을 연 바 있다. 차소림은 홍익대학교와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지난해 금호미술관에서 제 6회 개인전을 가졌다. 하태범은 중앙대학교과 동대학원 조소학과를 졸업했으며, 지난해 샘터갤러리에서 제 6회 개인전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