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디자이너, 아트디렉터로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백선(47)이 그간 진행해온 프로젝트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 사진, 설치작품과 함께 수묵화를 선보이는 자리를 2월 22일부터 3월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 갤러리에 마련한다. 김백선은 건축설계, 디자인, 아트디렉팅을 망라하는 다양한 장르에 대한 시도를 결국 모두 하나라고 보고 일상에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작업을 구상한다. 또한 공간의 가치를 자연을 모태로 하는 동양 미학 속'사의성(寫意性)'에 두고 근본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는다. 전시장에 설치된 영상들은 작가가 최근 몇 년간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담고 있는데, 이 중 '화풍: 경복궁으로의 초대(2010)', '묵향-천년전주명품 '온'(2010)'등은 전통의 가치가 단지 보존에 중점을 두고 현재와 동떨어져 머물 것이 아니라, 동시대인이 향유하고 소비해야 할 것임을 제안하는 작가의 태도가 담겨있다.
김백선은 "사람과 사물간의 가치 교감에 대한 인식이 우리의 행복지수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백선은 학부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수묵화, 사군자, 산수화, 화조도를 그리는 과정에서 자연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술회한다. 이러한 인식을 통해 바라본 자연은 동양 미학에 근본을 둔 심상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근간을 마련하게 된다. 동양회화에서 사군자는 사물을 바라보는 가장 중요한 시각이기도 하다. 그 점에서 김백선이 주로 쓰는 나무, 돌, 물 등의 자연적 소재는 그대로가 언어이다. 그가 생각하고 있는 자연은 '형상에 대한 무형상'이라 할 수 있다. 자연은 물리적으로 봤을 때 '멈춰 있다'고 규정되곤 하지만 생명을 가지고 있는 자연에는 기의 흐름, 자연의 흐름이 있다는 것이다. 그 흐름 속에 멈추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자연은 언제나 진행 중이다. 작가가 생각하는 공간이란 존재들 사이에 흐르고 있는 기의 표현이며, 그것은 자신이 생각하는 '심상적 사유를 통한 물성의 감성적 가치'에 대한 표현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 한국 전통의 특징이 가장 잘 나타나는 목가구들에 담겨있는 선비의 공간에 대한 해석과 함께 소목장의 솜씨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대표적인 한국의 미에 대해 "전통적 가치와 원형에 대한 보존 및 복원에만 치중하여 전통 형태가 복제된 목가구는 현대인의 삶의 공간에 부합되지 않은 오브제로 표류하고 있다"고 안타까워 한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