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세옥, 우주의 에너지로 희로애락의 인간모습 그려내

수묵추상의 대가 산정 서세옥, 부산에서 첫 개인전

왕진오 기자 2014.02.05 17:31:37

[서울=CNB]왕진오 기자= 자신의 얼굴보다 훨씬 큰 복숭아 두알을 어깨에 이고 가는 소년과 다리 한 짝씩 들고 서있는 익살스러운 학 두마리. 복숭아와 소년은 산정 서세옥의 작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모티브이다. 그의 그림에서는 작가의 관조와 상상력, 시적 함축성을 재료로 보고 미술의 정신적, 사상적 연속성과 일체감을 형성한다. '예술의 산을 지키는 산지기'뜻의 '산정'의 뜻처럼 60여년 넘게 화단에서 수묵을 이용해 한국화의 현대적 변용으로 새로운 추상을 구축해 온 서세옥(85)화백의 개인전이 2월 6일부터 26일까지 롯데갤러리 광복점에서 펼쳐진다. 서세옥은 1970년 이후로 고암 이응노의 문자추상에 영향을 받아, 동양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시도를 통해 한국 미술사에서 새로운 수묵추상을 구축했다. 수묵이 가진 우연적인 풍부한 번짐과 농도가 그림에 역동성을 나타내며, 수묵의 유희를 느낀 것이다. 작가의 내면을 담듯 여백의 미를 살려내고, 수묵이 가진 동양적인 색깔로 간결하면서도 율동적인 세련된 동양의 조형미를 보여준다. 서 화백은 "최소한의 선으로 내재율까지 표현할 수 있을까 고심해왔어요. 나와 이웃들의 희로애락, 인간의 모습을 어떻게 조형적으로 승화시키느냐는 명제를 놓고 50년을 수행해왔다고나 할까요"라며 만족할만한 작품이 나오게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의 작업은 수묵 선 하나로 인간의 삶의 참모습을 담으려고 했다. "일필휘지에 우주의 에너지를 담아낸다"라는 말처럼, 심사숙고 끝에 내려놓은 수묵은 한 터치에는 함축적이고 내재적인 의미를 담는다. 선 하나는 사람이 되고, 연결된 선은 또 한 명의 사람이 이어지고, 엮어져 고리를 형상하듯 강한 응집력과 의지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담은 사계산수도가 함께한다. 서세옥은 산수도 중 봄과 여름을 담은 화폭은 많지만, 추경과 설경은 보기 힘든 작품이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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