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영, 정승운 2인전 ‘공간이 된 회화, 회화가 된 공간’

삼청동 북촌마을 누크갤러리에서 4월 27일까지

안창현 기자 2014.04.04 08:50:17

한 작가는 회화 작업을, 다른 작가는 설치 작업을 했다. 평면과 설치라는 서로 성격이 다른 작업을 하는 두 작가이지만, 이들의 작품은 한 전시 공간 안에서 서로를 마주하며 조용히 반향하는 전시가 누크갤러리에서 4월 27일까지 열린다.

정보영, 정승운 작가의 이번 2인전은 전시의 제목 ‘공간의 된 회화, 회화가 된 공간’이 분명히 말하는 것처럼 공통적으로 ‘공간’과 ‘회화’가 주요한 키워드로 등장한다. 하지만 강조점과 작업 방향에서 두 작가의 개성은 뚜렷이 구분된다.


정보영 작가의 작품은 관객의 시선을 어두운 실내 공간을 지나 어느덧 밝은 빛이 이끄는 곳으로 이끈다. 작품 속 공간은 비어 있는 듯 꽉 찬 공간의 독특한 분위기를 재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은 특별히 빛의 형태에 관심을 두어 수평인 바닥에 길게 떨어지는 빛을 재현한다.

수직의 벽과 수평의 바닥이 갖는 조형적 형태는 바닥과 천정에 떨어지는 조명 빛의 형상과 함께 마치 공간이 물 속에 잠긴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또, 좌우 대칭적인 구조의 화면은 초현실적인 공간을 구축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관객은 작가가 고요한 공간 안 정물들에서 찾아낸 미세한 떨림과 시간의 흔적을 통해 마치 작품 속 공간으로 초대받는 듯한 느낌이 받을지 모른다.


한편 정승운 작가는 실제 공간의 모서리를 잇는 공제선으로 입체 작업을 한다. 일차적으로 설치 작업이지만, 친근한 소재인 나무를 사용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앞산이나 뒷산을 회화처럼 표현한 것이 독특하다. 일종의 공간회화라고 부를 수 있다.

작가의 공간회화는 기존에 네거티브 이미지, 즉 하늘을 표현함으로써 반대로 산을 암시하는 작업에서 최근의 포지티브 이미지인 산을 직접 표현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였다. 회화에 대한 관심이 커진 작가는 공제선 설치 작업에 색을 입혀 회화적 요소를 넓혀가고 있다.

전시 공간 안 실제 모서리에 설치된 설치물들은 하나의 평면 위에 정교하게 구성된 그림과 같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메아리를 주고받는 듯 느껴진다.

정보영, 정승운 두 작가는 주어진 공간에 새로운 특성을 부여하고 이를 자신의 관점에서 새롭게 구성한다.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관점의 두 작업을 보며 관객들이 어떤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새로움을 준다. 공간이 회화가 되고, 회화가 공간이 되어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걸어오는 것이다.

안창현 기자 isangahn@cn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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