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을 최대한 살린 여백이 프레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진 작품을 바라보며 무엇을 촬영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들게 하는 사진이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인간의 고독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이야기하는 강영길(40) 작가의 7 번째 개인전이 바로 그것이다. 작가에게 사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고민을 투영한 매체다. 그는 감정을 최대한 절제한 채 대상을 프레임 안에 담은 사진으로 존재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담담하게 표현한 작품 15 점을 28일부터 8월 15일까지 가나컨템포러리에 펼쳐놓는다. 강영길의 사진에 선택된 피사체인 '소멸'과 '소멸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은 사진의 평면성과 극사실적인 회화성이 특징이다. 극사실 회화를 연상시키는 그의 사진은 소재에 대한 감정, 추억을 매개체로 하여 작가 자신의 내면정서를 관객과 공유함으로써 정서적 공감을 일으킨다. 수영장 시리즈는 실존에 대한 고민을 일관된 주제로 삼아 작업을 해온 작가의 대나무 연작에 이은 그의 새로운 연작 작품이다. 강영길은 지인이 수영하는 모습에서 찬란한 햇빛과 고독한 수영이라는 대비를 통해 '현실에서 분리되어 버린 것 같은 슬픔'을 느껴 수영장 시리즈를 시작하였다고 한다. 수영장 수면 아래 등장인물이 매고 있는 붉은 색 넥타이와 푸른 색 수영장의 물이 선명하게 대비를 이루면서 관객에게 강렬한 시각적 의미를 제공한다. 동시에 절제된 화면의 조형성은 칼라 사진이나 동일한 사진 작품을 흑백으로 인화한 작품을 통해 삶의 허무함과 고독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는 수영장 시리즈와 함께 대나무 연작도 선보인다. 특히, 대나무 연작은 관람객이 숲의 존재를 알아볼 수 없는 이미지를 카메라에 담았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의 대나무 숲을 찾아다니며 담아낸 작가의 시선이 독특하게 처리되었다. 그는 "대나무 숲을 카메라 없이 가슴과 머릿속에 이미지를 먼저 담는다"고 했다. 그는 "카메라를 들고 대상을 바라보면 자연스러움과 아름다움을 볼 수 없이 대상을 촬영하려는 의지가 앞서기 때문에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 맨 손으로 숲에 들어갔다"며 "밤의 대나무 숲에서 소리를 들으며 머릿속에서 화면을 구성한 다음 해질녘에 빛이 대나무 숲을 따라 변하는 모양을 포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가는 유년 시절 어머니와 하염없이 대나무 숲을 걸으면서 "끝날 것 같지 않은, 빛도 존재하지 않았던 깊은 밤 시골의 들판에서 느꼈던 막막한 슬픔과 나를 집어 삼킬 듯한 완벽한 어둠 속에 있었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이 기억을 더듬어 시작한 대나무 연작에서 작가는 감정이입을 최대한 절제하면서 존재의 고독을 극복하고자 했다. 최근 작업에서 프레임 속의 대나무는 화면 가장자리로 밀려나고 어두운 빈 공간의 영역이 점점 확장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작가는 대나무 숲이 있어야 할 곳에 자리 잡은 어둠에 대한 관조적 시선을 통해 사라져가는 존재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사진가 강영길이 인물과 대나무를 주요 소재로 작업한 대형 사진 작품들을 통해 단순한 것에 담긴 보이지 않는 힘을 우리에게 이야기 해주고 있다. 복잡한 이미지들이 우리의 시선을 혼란시키는 현실에서 잠시라도 모노톤으로 만들어진 대나무 숲과 물속에 담긴 또 다른 형상을 바라보며 마음의 여유를 찾는 시간을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되는 전시다. 문의 02-720-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