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갤러리, 조선시대 보자기 전시

우리 문화유산의 특별한 아름다움과 정신을 선보여

왕진오 기자 2011.08.26 09:33:45

남은 천을 조각조각 이어 만든 보자기는 작은 자투리 천까지 귀하게 여겼던 옛 여인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전해 준다. 또한 이름 없는 여인들이 한 땀 한 땀 지어 만든 보자기는 지금 우리의 눈으로 보아도 손색이 없이 그 예술성과 창조력이 뛰어나다. 8월 24일부터 10월 17일까지 신세계갤러리 본점에서 선보이는 '보자기, 어울림의 예술'전은 전통 보자기를 통해 우리 문화유산의 특별한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정신을 조명하기 위한 자리다. 조선시대의 주거공간은 비교적 협소하고 낮은 것이 일반적이었기에, 신축이 자유로운 보자기는 가재도구로나 운반도구로나 이상적이었다. 보자기는 어떤 물건이든 구애 받지 않고 다채로운 변형으로 감쌀 수 있으며 보관과 소지의 편리함에서 포용과 자유, 실용을 중시하는 우리 문화의 특성이 잘 담겨있는 조형예술이기도 하다. 왕가의 예의와 격식을 위한 각종 의례와 의식생활에 사용되거나, 양반가 규방의 품위와 안목을 담았다. 서민의 보자기는 소박한 미의식을 반영하여 만들어짐으로써 당대 시대전신과 미학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주는 섬유예술이다. 특히 수보(繡褓)와 조각보는 발상의 독창성과 문양, 색채, 구성의 아름다움 조화로 그 예술적 가치가 시간의 경계를 뛰어넘는 것으로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수보는 조각보와 함께 유품이 많이 전해지는 대표적인 보자기로, 현재까지 발견된 수보는 대개가 강릉을 중심으로 한 관동지방에서 나온 것이다. 유품이 드문 다른 보자기에 비해 수보가 많이 전해오는 이유는 수보 문양에 담긴 민간 신앙적 요소 때문인 듯하다. 수보의 문양은 전통 민속예술에 거의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세의 복락 기원과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소원성취를 비는 뜻에서 자연히 수보를 소중히 간직하려는 마음이 여느 보자기와는 달랐을 것이다. 이번 전시 출품작 중 민보(民褓)와 구분되는 궁중용 보자기(官褓) 2점이 눈여겨 볼 만하다. 특히 '화조문수보 (花鳥紋繡褓)'는 주황색 비단에 각종 꽃문양과 길상문양이 격식 있고 화려하게 수놓아져 있으며, 뒷면에 '1653년 10월'이라고 제작연도가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한국자수박물관이 신세계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출품되는 조각보는 그 특이한 조형양식으로 인해 국내외에서 크게 주목 받고 있다. 조각보는 쓰다 남은 색색의 천 조각을 이어 만든 것인데, 바느질을 하다가 남은 천을 활용한다는 지혜의 소산이므로 주로 일반 서민층에서 만들어졌다. 궁보(官褓) 중에서는 아직 조각보가 발견되는 예가 드문 편이다. 대다수 조각보는 무슨 용도로 쓴다는 목적 없이 만들었기에 정해진 용도에 맞추어 만들어진 궁보에 비해 다용도로 쓰였던 것이다.

천 조각을 마름질한 형태와 아울러 색상의 조화가 뛰어난 조각보는 그 각양각색의 천 조각들이 모며 빚어내는 면의 구성과 색의 이 현대 추상화의 걸작에 비견될 정도로 그 예술성이 높은 경지에 도달해 있다. 이번 전시는 국내보다 국제사회에서 독특한 미감으로 더 높은 찬사를 받고 있는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자부심을 확인하고 그 가치를 공감하는 기회로 마련되었다. 이를 위해 한국자수박물관 관장이자 소장가인 허동화 관장의 소장품인 모시조각보, 비단조각조, 자수보 등 17세기부터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조선시대 보자기 50여 점이 전시된다. 문의 02-310-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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