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구상 조각계의 거장 최종태(79)가 50년간 인간의 내면성을 표현해온 작품들과 근래 들어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채색 목조각, 수채화 작품을 10월 21일부터 11월 13일까지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선보인다. 2007년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는 ‘구원의 모상’이란 주제를 걸고 근원적 생명과 순수성을 형태로 담아낸 60여 점의 작품을 전시장에 펼쳐 놓는다. 작가는 “형태는 인체일지 모르겠으나, 내용은 인간의 문제를 다룬다”고 말을 한다. 이처럼 인간의 본질과 생명의 근원에 대해 탐구해 온 그의 예술적 지표는 시공간의 경계를 뛰어넘는 영원성의 상징인 모성(母性), 즉 ‘구원(久遠)의 모상(母像)’을 향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최종태는 특히 소녀, 여인의 모습을 단순한 형태와 절제된 선으로 표현하여 인간의 가장 선하고 수수한 아름다움을 드러내왔다. "인간이 지닌 근원적인 미의 끝은 성스러움”이라고 말하는 작가에게 ‘구원의 모상’이란 영원한 낙원으로서의 어머니인 동시에 더 나아가 대자대비를 실천하는 관음보살 또는 성모마리아를 상징한다. 그의 작품 전반에 흐르는 형태의 긴장과 본질을 향한 경건성은 우리로 하여금 종교적 감성을 불러일으키며 엄숙한 고요함으로 몰아넣는다.
영원의 형태, 색을 통해 생동하다 이번 전시에는 그동안 파스텔 톤 작가로 알려진 최종태가 최근 주력하고 있는 채색 목조각이 대거 선보인다. 그의 채색 목조각은 오방색과 같은 원색을 주조로 한 색채가 표면을 덮고 있는데, 최 작가는 이를 "조각에 그림을 그리듯 물감을 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어릴 때 한 것이 가슴에서 안 떠나요. 어릴 적 한 일이 평생 가는 것 같아요. 어린 시절 봤던 고향 풍경, 색채 그것이 내 마음 속에서 배어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며 "산의 형태가 내 조각이 되고, 강 건너 풍경이 내 그림의 파스텔 톤으로 그려지는 것을 보면 인생의 완성이란 어릴 적에 기초되어진 생활을 완성하는 일이 아닐런지요"라며 최근의 작업을 풀어냈다. 작품에 등장하는 여자 인물에 대해 그는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인류를 구원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여성적인 것은 폭력적인 것이 아닙니다. 전쟁은 여성적인 것이 아니지요. 그리스도 정신을 괴테가 여성적인 것이라 표현했듯 그런 정신이 내게로 와서 이번 전시 제목인 구원의 모상이란 말도 내가 만든 말이죠"라고 말했다.
결국 최종태의 단순하면서도 절제된 색채 사용은 모든 일상에서 색채가 주는 힘, 곧 ‘비가시적 내면의 풍경’, ‘형태가 갖는 내면적 풍경’까지도 섬세하게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영원성, 무한함에 대해 떠올린다는 최종태는 형태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해 구도하는 마음으로 정진하며, 궁극적으로 절대적인 것을 추구한다. 그의 작품 세계는 눈에 보이는 것을 얼마나 잘 묘사하는가에 있지 않다. 눈에 보이는 형태 이면에 숨은 내밀한 정신성, 근원적 생명력을 표현해내는 데 있다. 최종태의 이번 개인전은 11월 중순 대구 대백프라자와 수성아트피아로 이어져 그간 작품을 가까이서 볼 수 없었던 지역 예술관계자 및 애호가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문의 02-720-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