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오고 못 배길걸 ⑥] 김민지 작가와 협업으로 거대 선물바구니 변신한 롯데百

일러스트 삽화가와 함께 "핀란드 요정 똔뚜가 선물 포장하는 곳” 연출

김금영 기자 2020.12.09 13:11:42

코로나19로 일상화된 언택트(untact, 비대면) 문화는 유통업계 전반 마케팅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집밖에 잘 나오지 않는 소비자를 겨냥한 온라인 마케팅이 강화된 것. 하지만 기존 좋은 터에 큰 상가 건물을 둔 대형 유통업체는, 이를 그냥 내버려둘 수 없는 입장이다. 그렇기에 장기적 관점에서 매장으로 소비자의 발걸음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한 적극적인 오프라인 마케팅 또한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

기존 ‘매장 = 상품을 파는 곳’ 공식에서 더 나아가 매장에 도서관을 지어 책을 볼 수 있게 하고, 예술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거나, 반려견과 함께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등 매장을 색다른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시켜 소비자를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다각도로 펼쳐지고 있다. 그 움직임에 주목해본다.


[관련 기사]

[안 오고 못 배길걸 ①] 롯데百, 예술·심리방역으로 ‘힐링 탈출구’ 변신
[안 오고 못 배길걸 ②] “바디워시 가득이요” … 미용용품 리필받는 신박함
[안 오고 못 배길걸 ③] ‘예술’과 ‘가치소비’ 조화 이룬 현대백화점
[안 오고 못 배길걸 ④] “더 고급스럽게”…명품과 예술의 만남이 꾸린 ‘신세계’
[안 오고 못 배길걸 ⑤] 숲속 커피공장 같은 '맥심 플랜트', 이태원 새 명소

백화점 둘러싼 요정 ‘똔뚜’

 

롯데백화점 본점 외벽이 거대한 리본으로 포장된 것처럼 꾸며졌다. 사진 = 김금영 기자

백화점 건물이 하나의 거대한 선물 바구니가 됐다. 큰 리본이 달린 건물이 멀리서도 눈길을 끌었다. 그 거대한 선물 포장 안엔 무엇이 들어있을지 절로 궁금해졌다. 또 건물 주위를 잘 둘러보면 이 선물을 포장하느라 바쁜 요정들의 모습을 담은 조형물들도 눈에 띄었다.

롯데백화점이 선물과 요정들로 둘러싸였다. 일러스트 삽화가 김민지 작가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풍경이다. 풍경의 주요 테마는 ‘선물’이다. 롯데백화점 측은 “매년 연말 시즌에 백화점을 특별한 분위기로 꾸려 왔다”며 “올해는 특히 코로나로 모두가 힘든 한 해였다. 그런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희망찬 새해를 바라보는 힐링의 메시지를 선물하는 테마를 잡았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초대형 크리스마스 트리 및 눈꽃 조명으로 연결된 통로를 구성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선물 콘셉트에 맞춰 백화점 외벽을 전체 250m 길이의 대형 리본으로 감싸고 초대형 크리스마스 트리 및 눈꽃 조명으로 연결된 통로를 구성했다. 특히 여기에 동화적인 요소를 더했다. 똔뚜가 바로 그 주인공.

똔뚜는 핀란드의 구전 요정으로, 크리스마스날 선물 배달에 바쁜 산타클로스를 도와주는 착한 요정으로 알려졌다. 김민지 작가는 신비의 숲에 사는 이 요정들을 롯데백화점에 초대했다. 롯데백화점 측은 “테마 선정 뒤 이에 걸맞은 작가를 찾다가 따뜻한 감성을 작업에 풀어내는 김민지 작가가 적합하다고 판단해 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2층부터 6층까지 5개 층의 외벽을 활용한 미디어 파사드엔 똔뚜의 애니메이션 영상이 흘러나온다. 사진 = 롯데백화점

작가의 손길을 입고 똔뚜의 구체적인 캐릭터가 탄생했다. ‘똔뚜들의 리더’는 용감하고 모험심이 강하며 매사에 솔선수범한 친구다. ‘선물포장의 금손’은 다정하고 친절한 친구로, 어떤 재료도 이 친구의 손을 거치면 멋진 선물로 완성된다. 장난기 많은 ‘신속배달 선수’는 길 눈이 밝아서 빠르고 정확한 선물 배달 신기록을 늘 세우곤 한다.

엉뚱하지만 순수한 ‘워너비 산타’는 흰 수염이 풍성하게 난 친구로, 마을에 쌓인 눈을 누구보다 재빠르게 치운다. 마지막으로 ‘요정계의 젠틀맨’은 차분한 친구로, 정리 정돈을 잘하며 주변을 항상 배려한다. 빨간 모자를 쓰고 선물 포장에 임하는 이 친구들은 어른에겐 잊힌 동심, 아이에겐 해맑은 즐거움을 선물한다.

 

롯데백화점 본점 기둥이 캐릭터 똔뚜로 꾸며졌다. 사진 = 김금영 기자

롯데백화점 측은 “동화적 감성의 그림책을 모티브로 따뜻한 감성을 붐업시키는 효과를 기대했다”며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에게 연말과 새해의 설레는 분위기와 감정을 전하고자 김민지 작가와 협업해 사랑스러운 로망을 담아 선물을 배달해주는 요정 똔뚜를 탄생시켰다”고 밝혔다.

김민지 작가는 “선물은 주고받는 당사자 양쪽 모두가 행복하고 설레는 마음이 들기 마련”이라며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 똔뚜는 요정 같은 존재들이다. 사회적으로 침체된 요즘 분위기 안에서 똔뚜를 만나는 사람들에게 작지만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작업의 주안점을 밝혔다.

 

매장 곳곳에서 똔뚜의 애니메이션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특히 선물로 포장된 백화점 외관에서 똔뚜의 모습이 부각된다.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2층부터 6층까지 5개 층의 외벽을 활용한 미디어 파사드를 통해서다. 신비의 숲에 사는 똔뚜가 선물을 준비하고 행복을 배달하는 동화 영상이 재현된다. 매장 곳곳에 비치된 QR코드를 통해서도 이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또 백화점 쇼윈도에서는 매 시각 정시 쇼윈도가 열리면 똔뚜들이 선물 포장에 여념이 없는 숲 속의 풍경을 음악과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롯데백화점 측은 “본래 미디어 파사드 화면 전면을 활용할 때 광고는 제한이 있으나, 김민지 작가와의 협업으로 만든 영상은 심의 결과 순수 창작물로 인정받아 미디어 파사드 전면에서 사람들과 만날 수 있게 됐다”며 “어두운 사회 분위기에 희망의 빛을 밝히고자 보다 화려하게 미디어 파사드를 꾸렸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영상을 보는 이들의 마음이 잠시나마 따뜻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새해엔 부디 ‘노 마스크’

 

본점 8층에서 사람들을 맞이하는 캐릭터 똔뚜의 조형물. 사진 = 김금영 기자

이 미디어 파사드를 통해서 래퍼 한해의 영상도 만날 수 있다. 롯데백화점은 선물 테마에 맞춰 래퍼 한해, 싱어송라이터 요다영과도 협업을 진행했다. ‘포 유 바이 롯데백화점’ 프로젝트의 첫 번째 시즌으로, 똔뚜가 귀여운 이미지로 눈을 즐겁게 해준다면 한해와 요다영은 귀를 즐겁게 하는 음악을 제공한다. 이들이 만든 노래는 ‘마스크 크리스마스(위드 롯백)’이다.

‘마스크 크리스마스’는 래퍼 한해의 이름에 착안, ‘한해만 부를 노래’로 중의적인 의미를 가사에 녹여 코로나 종식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롯데백화점 측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를 주요 타깃으로 래퍼와 컬래버했으며, 여성 싱어송 라이터인 요다영의 노래를 더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의 음원이 탄생됐다”며 “최근 코로나의 재확산으로 일상의 불편함이 다시 커진 요즘, 이 노래가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웃음과 위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고객들이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머라이어 캐리의 대표 캐롤송의 가사 ‘올 아이 원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가 이 노래에서는 ‘올 아이 원 포 크리스마스 이즈 노 마스크’로 재탄생하는 등 가사 역시 소중한 일상에 대한 그리움과 이번 크리스마스 때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마스크가 없는 일상이라는 내용을 담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백화점 바깥뿐 아니라 내부에도 힐링의 장은 이어진다. 백화점 본점 중심을 이루는 기둥에 밝게 빛나는 조명과 함께 선물 배달을 하는 똔뚜들의 모습이 장식돼 마치 하나의 거대한 트리를 보는 것 같이 연출됐다. 본점 8층에서도 다양한 상품들 속 배치된 똔뚜의 조형물이 사람들을 맞이한다. 여기엔 크리스마스 관련 상품들을 판매하고 체험하는 크리스마스 마켓도 12월 20일까지 운영된다. 유러피안 감성의 브랜드 ‘빌레로이앤보흐’, 프랑스 홈패션 브랜드 ‘시아’ 등이 참여했으며, 상품 구매 고객에겐 이번 시즌 스토리가 담긴 컬러링 페이퍼 사은품을 제작해 증정한다.

 

래퍼 한해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한 ‘마스크 크리스마스’ 앨범 커버 이미지. 사진 = 롯데백화점

백화점을 방문한 한 고객은 “건물 바깥부터 안쪽까지 마치 선물을 받는 듯한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힘들었던 한 해를 보낸 나 자신에게 잘 견뎠다고 선물을 주는 것 같았다”며 “올해를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새해는 행복한 일이 가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화점 안팎을 채운 조명은 해가 떨어지고 어두워지자 더 반짝반짝 빛을 밝히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한없이 어두운 지금이지만, 이런 때일수록 희망의 빛을 잃지 않고 더 반짝 밝히면서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하자는 바람이 느껴지는 현장이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