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오고 못 배길걸 ⑦] 반려견-견주 모두 신나는 현대아울렛 ‘흰디 하우스’

‘스페이스원 펫파크’, 반려견 공원+전문용품점에 예술작품 감상까지 갖춰

김금영 기자 2020.12.22 15:56:11

코로나19로 일상화된 언택트(untact, 비대면) 문화는 유통업계 전반 마케팅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집밖에 잘 나오지 않는 소비자를 겨냥한 온라인 마케팅이 강화된 것. 하지만 기존 좋은 터에 큰 상가 건물을 둔 대형 유통업체는, 이를 그냥 내버려둘 수 없는 입장이다. 그렇기에 장기적 관점에서 매장으로 소비자의 발걸음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한 적극적인 오프라인 마케팅 또한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

기존 ‘매장 = 상품을 파는 곳’ 공식에서 더 나아가 매장에 도서관을 지어 책을 볼 수 있게 하고, 예술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거나, 반려견과 함께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등 매장을 색다른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시켜 소비자를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다각도로 펼쳐지고 있다. 그 움직임에 주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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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에 반려동물의 발걸음이 닿다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전시장을 찾은 한 반려동물의 모습. 사진 = 박수환, 이미지 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올해 하반기,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주목할 만한 이슈가 국립현대미술관에 있었다. 바로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전. 이 전시는 가족 구성원과 공동체의 일부로서 반려동물인 개를 ‘관람객’으로 초청한 자리였다. 전시 기간 동안 미술관 공간 일부는 개와 가족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전시는 참여 작가 13명(팀)의 신작 7점을 포함해 설치, 조각, 애니메이션 등 작품 20점을 선보였다. 대표적으로 정연두는 전염병으로부터 아이들을 구한 썰매견의 이야기를 다른 관점으로 제안하는 ‘토고와 발토 - 인류를 구한 영웅견 군상’, 김용관은 적록색맹인 개의 시각을 고려해 도구를 제작한 ‘알아둬, 나는 크고 위험하지 않아!’를 선보였고, 조각스카웃은 도그 어질리티(dog agility, 장애물 경주)에 사용되는 기구와 비슷한 조각들을 미술관 마당에 설치해 개를 위한 미래의 숲을 상상하는 작업을 펼치는 등 반려동물과 관련된 작품들을 전시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견주가 전시를 감상하는 모습. 사진 = 박수환, 이미지 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진정으로 반려동물을 위한 개방과 환대의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작가들뿐 아니라 수의사, 조경가, 건축가, 법학자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전시에 참여했다. 설채현·조광민 수의사는 동물행동 및 감정과 습성에 대한 자문, 김수진 인천대 법학부 교수는 법률자문을 맡았고, 개를 위한 건축과 조경을 위해 김경재 건축가, 유승종 조경가가 참여했으며, 김은희 독립큐레이터가 스크리닝(영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이 전시가 특히 주목받은 건 마치 반려동물의 불가침 영역과도 같이 느껴졌던 국립 미술관에서 열렸기 때문. 전시 초반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생애 처음으로 반려동물과 전시장에 왔다” “반려동물과 미술관에서 작품 감상하는데 색다르고 즐겁더라” 등 다양한 감상평 및 인증샷이 올라왔다.

 

조각스카웃, ‘개의 꿈’. 2020. 사진 = 조각스카웃, 이미지 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관련해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한국에서 전체 가구의 약 30%가 반려동물과 살고 있고, 이에 동물과 인간이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간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전시는 이런 변화 속 미술관이 지향하는 ‘모두’의 범위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시도했다”며 “이제껏 미술관에 온 적 없는 ‘반려동물 개’를 새로운 ‘관람객’으로 맞이함으로써 미술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고 밝혔다.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전시엔 반려동물과 관련된 작품들이 전시됐다. 사진 = 김금영 기자


‘갤러리형 아울렛’ 내세운 현대프리미엄 스페이스원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에 위치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 사진 = 김금영 기자

이런 자리는 국립현대미술관뿐만이 아니라 점차 늘어나고 있다. “멍! 멍!” 소리가 들려서 뒤를 돌아봤더니 개모차(애견용 유모차)에 탄 한 강아지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인사하듯 짓고 있었다. 그런 강아지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하나둘씩 웃음이 터졌다. 이곳이 특별했던 건 일반적으로 반려동물을 많이 볼 수 있는 야외 산책로가 아닌, 대형 쇼핑몰 안이었기 때문.

현대백화점이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에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이하 스페이스원)을 11월 오픈했다. 스페이스원은 오픈 당시 기존 교외형 아울렛과 미술관, 테마파크 등을 결합한 ‘갤러리형 아울렛’을 정체성으로 내세웠다. 스페이스원의 문화·예술 관련 시설 면적은 총 3만 6859㎡(1만 1150평)로, 현대백화점이 운영 중인 아울렛의 점포별 문화·예술 관련 시설 평균 면적(6611㎡, 2000평)보다 6배가량 넓다.

 

하이메 아욘과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스토리텔링형 문화·예술 공간 ‘모카 가든’을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특히 A관엔 아티스트 겸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과 협업해 스토리텔링형 문화·예술 공간 ‘모카 가든’을 조성했다. 약 500평 규모의 모카 가든은 ‘하이메 아욘 가든’, ‘모카 라이브러리’, ‘모카 플레이’까지 총 3개 시설로 구성됐는데, 하이메 아욘이 직접 디자인한 7점의 조각 작품 및 그림책 원화 전시, 놀이시설 그리고 벽면에 인류 진화 과정을 담은 벽화를 만날 수 있다.

하이메 아욘뿐 아니라 최정화 작가가 만든 5m 크기의 ‘스타’가 매장 내부에 들어섰고, 1층 야외 광장엔 조각가 심재현이 작업한 높이 7m, 길이 13m의 대형 조형물인 ‘더 카니발리아 20’이 설치됐다. 그야말로 발걸음을 옮기는 곳마다 예술의 향연이 펼쳐졌다.

 

하이메 아욘의 조각상과 놀이시설이 배치된 ‘모카 플레이’ 현장. 사진 = 김금영 기자

이 공간에 반려동물도 초대받았다. 기존에도 반려동물이 함께 출입할 수 있는 아울렛이 없었던 건 아니다. 스페이스원 또한 캐리어 또는 트롤리(유모차)에 반려동물을 태우면 A관 실내 공간(식당가 제외) 및 아웃도어몰, 테라스에 함께 출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울렛 공간 자체가 사람의 쇼핑이 주요 목적이기에 반려동물의 습성 및 동선을 고려한 전문 공간은 아쉬운 측면이 있었다.

이 가운데 스페이스원은 문을 열면서 아울렛의 주요 테마에 문화·예술뿐 아니라 펫파크 ‘흰디 하우스’도 함께 내세웠다. ‘흰디’는 지난해 3월 현대백화점이 자체 개발한 익살스러운 표정의 강아지 캐릭터다. 이 흰디가 자신의 친구인 동물들을 스페이스원 펫파크에 초대한 콘셉트다.

 

1층 야외 광장엔 조각가 심재현의 대형 조형물 ‘더 카니발리아 20’(왼쪽), A관 내부엔 최정화 작가가 만든 5m 크기의 ‘스타’가 설치됐다. 사진 = 김금영 기자

흰디 하우스는 스페이스원 내 B관 3층 옥상정원에 위치한다. 보통 아울렛의 쉴 공간은 사람 위주로 꾸려진 곳이 많은데 흰디 하우스의 주인공은 반려동물이다. 스페이스원 매장이 아웃도어 몰과 인도어 몰로 구성된 A관, 그리고 반려동물 전용 펫파크와 펫숍 등이 들어선 B관으로 구성됐다는 점에서도 현대백화점이 반려동물 전문 공간의 중요성을 인지했음을 엿볼 수 있다.

반려동물 전문 공간 ‘흰디 하우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 B관 입구에 흰디 하우스를 알리는 흰디 캐릭터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 = 김금영 기자

B관 입구부터 “흰디 하우스로 놀러오라”며 손짓하는 흰디의 캐릭터가 벽, 바닥 곳곳에 보이며 대대적으로 흰디 하우스를 홍보했다. 흰디 하우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내외부에도 흰디 캐릭터가 반기며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인도했다.

건물 옥상의 흰디 하우스에 들어서자 파란 하늘 아래 400평 규모의 널찍한 공원이 펼쳐졌다. 특히 눈에 띈 건 반려동물이 물을 마실 수 있는 음수대와 발을 씻을 수 있는 세족장, 그리고 변을 처리할 수 있는 배변 봉투함이었다. 여기에 반려동물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을 비롯해 견주가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현대백화점 측은 “반려동물 가족 입장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주안점을 두고 공간을 꾸렸다”고 밝혔다.

 

B관 옥상정원에 위치한 ‘흰디 하우스’ 전경. 사진 = 김금영 기자

또 반려동물의 체고(키) 측정판이 자리했다. 이 측정에 따라 소형견, 중형견이 놀 수 있는 놀이터가 따로 마련됐다. 현대백화점 측은 “흰디 하우스엔 소형·중형견만 입장 가능하다. 소형·중형견 놀이터가 각각 분리돼 있어 해당되는 놀이터에만 입장 가능하다”며 “입장 시엔 혹시 모를 안전사고를 위해 견주의 안면인식 등록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한 번 등록 후엔 간단한 체크 후에 바로 입장할 수 있다. 반려동물과 같이 오지 않아도 놀이터를 제외하고는 흰디 하우스에 출입 가능하다”고 밝혔다.

흰디 하우스를 방문한 한 견주는 “근처에 사는데 반려동물을 산책시키고 적당히 놀 수 있는 공간을 고민하다가 놀러왔다”며 “산책을 하거나 애견 카페에 가면 다양한 크기의 견종을 갑자기 마주할 때가 있어 반려견의 안전이 걱정됐는데, 놀이터가 분리돼 있어 안심이 됐다. 이런 공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토존에서 한 방문객이 반려동물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놀이터에서 반려견과 놀던 또 다른 견주는 “산책을 할 때 특히 조심해야 하고 걱정도 되는 건 혹여 동물을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들을 마주칠 때다. 이곳은 반려동물 전용 공간이기에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반려동물이 뛰어놀 수 있고, 사진 촬영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견주끼리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사도 같아 이야기도 편히 나눴다”며 “반려동물을 산책시킨 뒤엔 아울렛에서는 쇼핑을 즐길 수 있어 방문하기에 좋은 여건 같다. 재방문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흰디 하우스 오픈 초기 대부분 남양주, 구리 등 인근지역에서 거주중인 견주가 많이 방문했다. '가까운 곳에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좋다'며 반기는 반응이 대체적으로 많았다”며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반려견 세족장과 배변 봉투함이 설치돼 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흰디 하우스가 들어선 B관 1층엔 204평 규모의 펫 케어숍 ‘코코스퀘어’도 마련됐다. 코코스퀘어는 전체 공간의 70% 이상을 반려동물 케어시설로 꾸민 게 특징이다. 반려동물 전용 유치원과 수영장, 스파, 호텔 등이 대표적이다.

유치원엔 반려동물 행동교정사, 반려동물 관리사 등 전문 인력이 상주해 반려견 비만 관리 및 사교성 기르기 등 반려동물의 문제 행동을 교정하고, 놀이를 통한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반려동물이 물놀이를 즐기며 수중 운동도 할 수 있는 수영장과 24시간 반려동물을 위탁할 수 있는 호텔도 들어섰다. 이밖에 100만 원이 넘는 반려동물 침대, 전용 카시트 등 프리미엄 상품을 판매하는 반려동물 용품 매장도 구성됐다.

 

반려동물의 체고(키) 측정에 따라 소형견, 중형견이 놀 수 있는 놀이터가 따로 마련됐다. 사진 = 김금영 기자
반려동물 놀이터 모습. 사진 = 김금영 기자

반려동물과 함께 갈 수 있는 식당도 마련돼 있어, 흰디 하우스에서 산책을 한 뒤 내려와 반려동물과 함께 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며 여가시간을 즐기는 사람들, 반려동물 용품 매장을 반려견과 함께 둘러보는 가족의 모습도 보였다.

현대백화점 측은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500만 명을 넘어선 시대다. 반려동물(Pet)과 가족(Family)의 합성어인 ‘펫펨족’이 신조어로 등장했을 정도로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에 반려동물과 함께 교외에서 여가 활동을 보내는 ‘펫크닉’(pet+picnic)족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해 고객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펫파크를 마련했다”며 “앞으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특색 있는 공간을 스페이스원에 대거 선보일 계획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 콘텐츠도 보다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흰디 하우스가 들어선 B관 1층엔 204평 규모의 펫 케어숍 ‘코코스퀘어’가 마련됐다. 사진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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