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북] 새드엔딩은 없다

김금영 기자 2020.12.28 10:02:13

서른이 돼도 느끼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안 느끼한 산문집’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강이슬 작가가 더 강력한 긍정 바이러스로 돌아왔다. 전작이 청춘 시트콤이었다면, 이번엔 블랙코미디다. 서른 앞의 요동치는 마음 앞에서 작가는 말한다. “삶은 되감기와 빨리 감기 없이 정속으로만 플레이되는 정직하고 생생한 현장”이라고. 그렇기에 과거를 묵묵히 소화해내고, 현재에 걸맞은 보폭으로 살며, 일부러 미래를 앞당겨오지 않는다. 일상을 ‘일시 정지’시킨 후 매 순간을 촘촘히 살아낸다. 그 속엔 여전히 유쾌하면서 좀 더 노련해진 긍정이 알알이 배어 있다.


어릴 적부터 청춘까지 이어지는 가난을 “지긋지긋하고도 아름다웠던” 것이라 추억하는 저자에게 비교대상은 오직 ‘과거의 나’ 뿐이다. 그 다정한 시선 덕에 작가의 범위 안에 있는 애인, 가족, 동물, 심지어 지나가는 아이조차도 사랑스러움을 부여받는다. 자신의 실패에 당위성을 내려주고, 망해도 괜찮은 것이 생김을 기뻐하며, 거기에서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는다.


걱정과 부정 대신 스스로에게 유리하게 설명하는 법을 솜씨 좋게 선택한다. 이쯤이면 “새드엔딩은 없다”라는 당돌한 제목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것은 단순한 정신승리가 아니라 작가의 글로 빼곡하게 증명되는 선언과도 같다. 저자는 “죽기 전에 후회하는 것이 고작 반 뼘짜리 코끼리 타투였으면” 하고 바란다. 살아가는 동안 실수도 하고 후회도 하겠지만 그 크기를 줄이겠다고 다짐하는 건, 매순간 제 삶에 진심이겠다는 저자의 의지이자 바람을 보여준다.


강이슬 지음 / 1만 4000원 / 웨일북 펴냄 / 2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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