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 바렛 지음 / 아트북스 펴냄 / 480쪽 / 2만 원
비평이라고 하면, 흔히 반감이나 흠잡기를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미술사학자 로버트 로젠블럼은 “당신은 아마도 어떤 작품을 사랑하기 때문에 미술 작품에 대한 글을 쓸 것이다. 나는 증오 때문에 글을 쓰지는 않는다. 나는 애정을 느끼기에 글을 쓴다”는 말로 통념을 부정했다.
이 책은 이런 취지에 따라, 미술 비평이란 미술 작품에 깃들어 있는 매력과 아름다움, 기쁨과 슬픔, 분노와 호소를 생생한 비평의 언어로 표현하여 독자(관람자)를 설득하며 공감을 끌어내는 활동임을 보여준다. 좋은 비평은 예술과 삶에 대한 대화를 북돋운다는 것이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독자들을 매력적인 동시대 미술계로 안내하는 것이다. 지은이는 독자들이 한층 편안한 태도로 전문 비평가들처럼 글을 쓰는 데 도움을 주고자 이 책을 썼다. 이를 위해 비평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이론들, 즉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여성주의, 탈 식민주의, 마르크스주의, 퀴어 이론 등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한다.
이후 실제 미술 비평을 구성하는 묘사와 해석, 평가의 사례와 지침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신문, 시사 잡지에서 국제적인 미술 저널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의 매우 다양한 출판물에서 관련 비평을 모았다. 여기서 지은이가 일관되게 고수하는 가정이 있다면 다양성은 건강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독자들은 폭넓게 선정한 비평을 접하게 된다. 우리는 미술작품을 두고 토론하면서 타인들을 더 많이 알게 된다. 다른 사람의 관점을 존중하는 우호적인 태도로 각자 의견을 개진하고 담론을 형성해 평화적인 공동체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