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겉으로 들어나는 외적성격을 통해 타인을 판단하게 된다. 인간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자아를 셀프라고 한다면, 타인과 그 관계를 의식하여 내세우게 되는 일종의 가면을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다. 작가 김나래 는 21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인사동 미술공간현에서 펼쳐지는 '오로지 나' 전을 통해 내면적 자아와 표면적 자아간의 괴리감을 이야기 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소재로 마스크를 이용해 지속적인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가면 쓴 인물을 내세워 일종의 역할극을 하고 있는 배우의 모습과 같은 상황을 작품 내에서 의도적으로 연출한다. 하지만 연극과는 다르게 한 장면 내에서 작품의 의도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매 작품마다 극적인 표정이 요구된다. 영화 속 한 장면을 차용하거나 표정변화가 풍부하고 개성 있는 마스크의 모델들을 선정하여 작품에 등장시킨다. 처음에는 밝게 웃고 있는 표정이 눈에 들어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애처로워 보이는 표정들에 시선이 집중된다. 김 작가는 스스로의 모습이나 사적인 스토리들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기 보다는 작품 속 타인을 통해 감정 자체를 전달시키는 것에 주력한다.
그림을 보는 개개인이 처한 상황은 다르더라도, 우리는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작품 속 인물들의 표정에서 전해지는 희로애락의 감정들에 대하여 공감이 간다. 누구나 한번쯤 해보왔을만한 생각들을 상기시켜 소통을 이끌어낸다. 가면의 형상을 한 인물들은 모두 다른 얼굴이지만, 결국 작품은 작가의 개인적 감정과 사유에 대한 상징인 동시에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 되는 것이다. 작가는 평상시 느껴왔던 감정을 형상으로 재현했고 관객은 작가의 의해 재구성된 세계를 접한다. "타인에게 위장된 모습으로 드러내는 것에 대한 괴리감과 더불어, 타인을 통해 자신의 실체적인 모습을 깨달아 가는 과정을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사람간의 상호관계라는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느껴왔던 내면적 감정과, 동일한 상황에서도 나만이 느끼게 되는 감정들에 대하여 나와 같구나하고 느낄 수 있는 작은 위로,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동질감과 안도 그리고 생각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무수한 물음을 이끌어 내는 시간을 우리에게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