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현대미술관(이하 미술관)은 6월 15일까지 《부산현대미술관 다원예술_초록 전율》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부산현대미술관 다원예술_초록 전율》 전은 동시대 미술의 가능성과 역할을 탐색하는 미술관의 새로운 시도로, ‘다양성’과 ‘실험성’을 중요한 가치로 삼는 ‘다원예술’에 주목한 새로운 프로젝트다.
전시는 ▲자연 ▲생태 ▲숲 ▲지층을 주요 키워드로 삼아, 전 지구적인 생태 위기 속에서 부산현대미술관이 위치한 을숙도를 기반으로 주변을 새로운 관점으로 살펴볼 것을 제안한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예술계의 거장 '하이너 괴벨스'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국내 작가 4명까지 총 5명이 이번 전시에 참여하며, 21점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이번 전시는 여러 장르를 혼합한 예술인 ‘다원예술’의 형식을 통해 본인만의 철학과 성찰, 실험적 태도를 작품에 담아내는 주요 작가들을 한곳에 모았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김성희)과의 공동 기획 및 협력을 통해 마련된 본전시에는 양 기관이 공동으로 초청한 작가로 하이너 괴벨스(Heiner Goebbels, 독일), 곽소진, 임고은이 참여한다.
하이너 괴벨스는 독일을 대표하는 연출가이자 작곡가, 예술가로, 이번 전시를 위해 부산현대미술관의 지원을 받아 콜롬비아 보고타의 마그달레나강을 소재로 인간이 자연에 개입하는 주제를 다룬 신작을 선보인다. 하이너 괴벨스(Heiner Goebbels)는 현대 음악과 연극 분야에서 거장으로 인정받는다. 한국에서는 2011년에 통영국제음악제와 LG아트센터에서 공연을 가진 바 있다. 그는 2019년 콜롬비아에서 선보였던 장소 특정적 설치를 부산현대미술관의 환경에 맞추어 재편집한 신작을 선보인다. 콜롬비아 마그달레나 강의 흐름과 지형 변화에 대한 비판적, 철학적 내용을 담고 있는 영상이 전시장에 투사되면서 인간이 자연에 개입하며 발생하는 문제들을 재고하게 만든다. 작품 제목은 콜롬비아의 대문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말에서 비롯되었다.
또한, 지난해 ‘한국 시슬리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곽소진 역시 부산현대미술관의 지원으로 대지의 가변성, 유동성에 대해 질문하는 새로운 영상과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곽소진은 영상, 퍼포먼스,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활동한다. 작가는 산책을 통해 도시의 복잡한 구조를 인식하고 삶의 태도와 방식을 고민한다. 출품작 <무빙 그라운드>는 작가가 화산, 채석장, 석재상을 직접 찾아가 촬영한 풍경을 수직의 탑 형태로 구성한 3채널 영상 작업이다. 고정되고 단단하다고 여겨져 온 지표면은 영상 속에서 확대와 축소를 거듭하며 액체처럼 유동적인 성질을 띠게 되고, 이를 통해 작가는 우리가 당연하게 인식해 온 ‘땅’의 이미지를 새롭게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한국과 네덜란드를 오가며 활동 중인 임고은은 양 기관의 공동 제작 지원을 바탕으로 숲의 이미지를 문학적, 철학적 관점에서 사유하는 신작 영상 설치를 완성했다. 해당 작업은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최초로 공개되며, 연계 퍼포먼스는 오는 5월 양 기관에서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는 인문학적 성찰에 더하여 인간의 관점이 아닌 야생의 관점에서 주변을 바라보는 <그림자-숲>과 <세 개의 고래-인간 동그라미>를 공개한다. 여러 점의 설치, 영상, 사운드가 서로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는 특별한 공간 속에서 관람객의 경험은 그 자체로 하나의 퍼포먼스가 된다.
이와 함께, 부산현대미술관이 단독으로 초청한 김익명, 이수진은 미술관이 위치한 을숙도의 생태를 배경으로 지역성과 장소 특유의 소리를 작품에 적극적으로 반영한 신작을 준비했다.
김익명은 낙동강의 숨겨진 소리를 채집했다. 한국과 네덜란드를 오가며 활동하는 김익명은 특정 장소의 사회적, 생태적 맥락을 고려하는 사운드 아티스트다. 최근에는 여러 명의 예술가, 큐레이터, 연구자로 구성된 콜렉티브 <갯벌 랩>의 멤버로 활동하면서, 한국의 갯벌과 습지를 연구한 워크숍을 진행했다. 출품작 <깊은 곳> 시리즈는 고래의 이동이나 소통을 탐지하는 하이드로폰을 사용해, 낙동강의 수심 깊은 곳에서 발생하는 초저주파를 탐지, 수집한 후 이를 우리가 감각할 수 있도록 시각, 청각, 촉각적으로 재구현한 것이다.
이수진은 무용수들과의 협력한 퍼포먼스를 영상으로 제작했다.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는 일상의 경계에 나타나는 빛, 기억, 소리와 같은 비가시적인 징후와 감각에 주목하며, 설치, 퍼포먼스, 내레이션, 영상 등을 제작해 왔다. 출품작 <폴리포니 클럽: 바람에 피와 살을 입히기>는 을숙도와 부산현대미술관 일대를 배경으로 무용수들과의 협업을 통해 촬영한 신작 영상이다. 이와 더불어 시각을 넘어 촉각적, 청각적 상상을 유도하는 공감각적인 조각 시리즈 여러 점을 함께 선보인다.
전시는 개막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약 두 달간의 운영 기간 동안 다원예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14회의 퍼포먼스(4종)와 1회의 워크숍을 운영한다. 곽소진 ▲김익명 ▲이수진 ▲임고은 4명의 작가는 전시 기간 동안 출품작과 연계된 퍼포먼스 또는 워크숍을 진행한다.
곽소진은 해외 작가(라니 잠박, Rani Jambak)와 협업으로 인도네시아 전통 음악과 을숙도의 소리 등을 혼합한 독특한 퍼포먼스를, 김익명은 무용수(모션 아키텍트)와 함께 사운드 아트와 무용을 결합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두 작가의 퍼포먼스는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이수진의 퍼포먼스와 임고은의 워크숍은 사전 신청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이수진은 사전 신청자와 함께 미술관 주변과 전시장을 탐색하는 <폴리포니 클럽: 사건과 메아리 사이 N 개의 이야기>를,
임고은은 <그림자-숲> 본 공연과 함께, 인간과 비인간의 공생에 대해 고민하는 워크숍 <실재하는 두꺼비가 사는 상상의 정원>을 실시한다.
전시 관련 사항은 부산현대미술관 누리집을 참고하거나 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로 전화 문의하면 된다.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는 부산현대미술관 다원예술 프로그램의 첫 시도로, 앞으로도 동시대 예술의 다양한 형식과 언어를 적극 수용하여 관람객들에게 장르의 경계를 넘어선 현대미술의 체험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