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은 오는 5월 서울시발레단이 세계적인 안무가 요한 잉거의 대표작 <워킹 매드>와 <블리스>를 아시아 초연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발레단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공공 컨템퍼러리 발레단으로 올해 창단 2년차를 맞았다. 지난 3월, 세종문화회관의 시즌 프로그램인 ‘2025 세종시즌’ 개막작으로 오하드 나하린 안무작 <데카당스>를 무대에 올려 ‘컨템퍼러리 발레의 매력을 입증했다’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5월 9일~18일에는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DT)와 스웨덴 쿨베리 발레단을 거치며 세계적 명성을 얻은 안무가 요한 잉거(Johan Inger)의 대표 안무작 두 편을 소개한다. 서울시발레단은 작품 <워킹 매드>와 <블리스>를 아시아 초연하며 또 한 번의 예술적 확장을 시도할 예정이다.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안무상을 수상한 요한 잉거는 감성적이고 연극적인 안무 언어로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왔다. 이번 공연에서 서울시발레단과 함께 선보이는 <워킹 매드> 와 <블리스>는 클래식 발레의 어법에 기반을 두면서도 음악과 서사를 활용해 움직임을 확장하는 그의 안무 스타일이 두드러진다. <워킹 매드>는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를, <블리스>는 키스 재럿의 즉흥 연주곡인 ‘쾰른 콘서트’를 중심 음악으로 사용한다. 각 작품이 전혀 다른 음악과 무대 언어를 바탕으로 하지만, 인간의 내면과 움직임의 진정성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요한 잉거의 미학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 국립 발레단(ENB) 리드 수석인 이상은 무용수도 서울시발레단의 객원 수석으로서 이번 공연에 출연한다. <워킹 매드> 무대에서 이상은 무용수의 활약을 감상할 수 있으며, 그녀가 국내에서 갈라가 아닌 작품 출연으로 무대에 서는 것은 15년 만이다. 특히 컨템퍼러리 발레 작품으로는 최초다.
서울시발레단은 한스 판 마넨(2024), 오하드 나하린(2025)의 작품에 이어 이번 공연 <워킹 매드 & 블리스>를 선보이며 국제적 수준의 레퍼토리를 확장하고 예술적 정체성을 다진다. 5월 9일부터 1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유럽 무용계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가진 안무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요한 잉거는 스웨덴 왕립 발레단(Royal Swedish Ballet) 무용수로서 본인 커리어의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현대무용의 중심지인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ederlands Dans Theater, NDT)로 이적하며 국제 무대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지리 킬리안(Jiří Kylián), 윌리엄 포사이드(William Forsythe), 오하드 나하린(Ohad Naharin) 등 세계적인 안무가들과 함께 호흡하며 무용수이자 예술가로서 자신의 미학적 기반을 체화했고, 이후 독창적인 안무가로서 요한 잉거 자신만의 길을 열어갔다.
요한 잉거는 1995년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2(NDT2)를 위한 첫 작품을 발표한 이후, 무용수이자 안무가로 활약하며 예술적 기반을 다졌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는 스웨덴의 대표적인 현대무용단인 쿨베리 발레단(Cullberg Ballet)의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이후 프리랜서 안무가로 전환해 세계 유수의 무용단과 협업하며 자유로운 창작 활동에 몰입하고 있다.
요한 잉거의 안무는 미니멀리즘과 직관적인 움직임, 스웨덴 특유의 섬세한 유머와 멜랑콜리가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다. 무대 장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음악을 서사적으로 해석하는 드라마적 구성을 통해 인간 내면의 감정과 관계를 예리하게 탐구한다.
<블리스>(2016)는 제목 그대로 ‘황홀함’ 혹은 ‘내면의 기쁨’을 표현한 작품이다. 키스 재럿의 즉흥 연주에서 영감을 받아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음악과의 깊은 교감을 표현했다. 무용수들이 때로는 마치 음악을 연주하듯, 때로는 즉흥적으로 몰입하듯 움직이는 리듬 중심의 안무가 특징이다.
한편, 서울시발레단은 시즌 무용수 제도 뿐 아니라 해외 유수의 발레단에서 간판으로 활동 중인 한국 무용수들의 국내 활동 거점을 마련한다. 또, 이들을 주로 클래식 발레 갈라 공연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국내 관객들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현재 해외에서 공연하고 있는 컨템퍼러리 작품을 바탕으로 이들의 뛰어난 역량을 만끽할 수 있도록 객원 수석 무용수 제도를 도입했다.
25-26시즌에는 현재 빈 국립 발레단(Vienna State Ballet) 수석 강효정과 영국 국립 발레단(English National Ballet) 리드수석 이상은, 네덜란드 국립 발레단(Dutch National Ballet) 수석 최영규가 서울시발레단 객원 수석 무용수로 합류한다.
그 중 이상은 무용수가 이번 <워킹 매드> 공연을 통해 서울시발레단과 첫 호흡을 맞춘다. 갈라 공연이 아닌 작품으로 국내 무대에 오르는 건 15년 만이며, 컨템퍼러리 발레 작품으로는 이번 공연이 최초이다.
이상은 무용수는 유니버설발레단에서 솔리스트로 활동한 후, 2010년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 발레단에 입단하여 2016년 수석 무용수로 승급, 2023년에 현재 몸담고 있는 영국 국립 발레단의 리드 수석으로 합류했다. 클래식부터 컨템퍼러리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소화해온 그는 탁월한 신체 조건과 탄탄한 테크닉 등으로 주목받았고, 특히 컨템퍼러리 발레 작품에서의 특출한 표현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상은 무용수는 2016년 드레스덴 젬퍼오퍼 발레단 소속 시절 <워킹 매드>에 출연한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시발레단 시즌 무용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작품의 완성도를 제고하는 등 이번 공연에 활력을 더할 예정이다. “익숙한 클래식 작품에 비해 컨템퍼러리 발레는 음악이나 스토리 측면에서 다소 도전적일 수 있지만, 서울시발레단과 함께 하는 무대를 통해 관객들에게 새롭고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워킹 매드>는 무용수 간의 호흡이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서울시발레단의 객원 수석으로서 한국의 후배 무용수들, 그리고 관객들과 교감하며 감동을 전할 수 있게 되어 의미가 깊다”고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