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이슈] “그간 볼 수 없었던 플라멩코를 GS아트센터 무대에 펼친다”

‘예술가들’ 시리즈 마르코스 모라우,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과 공연

김금영 기자 2025.05.02 19:29:23

(왼쪽부터) 미겔 앙헬 코르바초 협력감독/안무가, 루벤 올모 예술감독, 수석무용수 인마클라다 살로몬, 코르드 발레 윤소정. 사진=김금영 기자

GS아트센터의 대표 기획공연 시리즈 ‘예술가들’의 첫발을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 마르코스 모라우가 뗀다.

28일 GS아트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엔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의 루벤 올모 예술감독, 미겔 앙헬 코르바초 협력감독/안무가, 수석 무용수 인마클라다 살로몬, 코르드 발레 윤소정이 참석했다.

예술가들은 GS아트센터의 큐레이팅 방식을 보여주는 대표 기획공연 시리즈다. 장르의 경계를 뛰어넘으며 예술 경험을 확장해 온 2~3인의 전방위 창작가들을 매년 선정해, 그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집중 조명한다.

GS아트센터의 대표 기획공연 시리즈 ‘예술가들’에 선정된 아티스트 마르코스 모라우. ©AlbertPons

올해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각예술가/연출가 윌리엄 켄트리지 그리고 스페인의 안무가 마르코스 모라우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중 마르코스 모라우는 기괴한 상상력과 독특한 움직임, 다양한 매체 활용으로 알려진 현대무용가로, 현재 유럽 공연계가 주목하는 대표 아티스트 중 1명이다. 그는 2013년 스페인 국립 무용상 최연소 수상, 2023년 독일 무용전문잡지 ‘탄츠’에서 ‘올해의 안무가’에 선정된 바 있다.

그간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 베를린 국립 발레단, 리옹 국립오페라발레단과 협업했고, 내년엔 파리 오페라 발레단 안무 데뷔를 앞둔 그가 이번엔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과 만나 GS아트센터 무대를 꾸린다.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과 마르코스 모라우가 선보이는 '아파나도르(Afanador) 관련 이미지. @MercheBurgos

특히 무용 전공자가 아닌 사진과 움직임, 연극을 공부한 그의 이력이 발레단의 전통 무용과 만나 독특한 예술 세계를 보여준다는 포부다. 1978년 설립된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은 스페인 전통 무용의 유산을 보존하는 동시에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해 왔다.

사진부터 시작한 영감→무대 위 몸짓으로까지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과 마르코스 모라우가 선보이는 '아파나도르(Afanador) 관련 이미지. ⓒRuvenAfanador

이들이 이번에 선보이는 공연 ‘아파나도르’는 2023년 12월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 제작으로 세비야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콜롬비아의 사진작가 루벤 아파나도르가 플라멩코 무용수들을 찍은 흑백 사진집 ‘집시 엔젤’(2009), ‘천 번의 키스’(2014)에서 영감 받아 안무를 만들었다.

루벤 올보 예술감독은 “모라우에게 먼저 협업 제안을 했다. 특히 루벤 아파나도르의 사진작업을 잘 알고 있었고, 직접 참여한 적도 있어 이번 협업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며 “국립 발레단으로서 지니고 있는 스페인 안무 고유 양식에 모라우 특유의 현대적 언어가 어우러지는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거장이 남긴 작품들의 형식을 온전히 지키면서 보존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각각의 양식이 성장할 수 있는 혁신적이고 전위적인 작업을 하는 것 또한 발레단의 목표”라며 “이번 창작 과정이 여기에 부합했다”고 강조했다.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 루벤 올모 예술감독. 사진=GS문화재단

창작 과정은 만만치 않았지만, 여기서 또 영감을 받고 새로운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었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날 공개된 영상에서는 의자, 교수대 등 다양한 소품을 활용하는 동시에 독특한 몸짓을 선보이는 무용수들의 모습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미겔 앙헬 코르바초는 “아파나도르 작업은 안무가로서의 인생 안에서 가장 도전적인 작업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배워온 스페인 무용 틀을 벗어나야 했고, 그간 익숙한 움직임에서 벗어나야 했다. 또한 굉장히 역동적이면서도 정교한 움직임이 요구됐다. 그러면서도 국립발레단으로서 지닌 예술적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과제도 있었다”고 말했다.

인마클라다 살로몬은 “다양한 도전의 순간이 있었고, 때때로 아직 내가 이 작업을 하기엔 부족하다는 생각에 좌절하기도 했다. 언어도 작업 방식도 정말 달랐다. 즉흥성, 발 움직임 등을 가져오는 작업들도 있었고, 가장 편하다고 생각했던 영역에서 벗어나야 했다”며 “하지만 이 순간들을 지나 결국 개인적으로도 큰 성장을 할 수 있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 수석무용수 인마클라다 살로몬(왼쪽), 코르드 발레 윤소정. 사진=GS문화재단

무대를 오르는 감회도 남달랐다. 특히 한국인 무용수 윤소정이 눈길을 끈다. 윤소정은 1994년 한국에서 태어나 7개월 만에 스페인으로 이주한 뒤 그곳에서 쭉 활동해왔다. 3살 때 무용을 시작한 그는 스페인 국립 무용학교에서 스페인 무용과 플라멩코를 전공했고, 2019년 아시아인 최초로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에 입단했다.

그는 “2019년 꿈에 그리던 무용단에 입단해 스페인에서 활동을 해오다가, 무용단과 함께 서울 무대에 오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플라멩고라 하면 사람들이 익숙한데, 이번 작품에선 색다른 플라멩고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나도르는 안달루시아의 강렬한 태양에서 뿜여져 나오는 빛과 그림자의 독특한 인상으로 이스라엘 갈반, 마틸데 코랄, 루벤 올모 등 플라멩코 무용수들을 인상적인 흑백톤으로 담아냈다. 모라우는 아파나도르의 초현실주의적 이미지에서 받은 영감, 플라멩코와 무용수들을 향한 깊은 경외, 사진에 대한 애정을 작품에 쏟아냈고, 그 결과 아파나도르가 탄생했다.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 미겔 앙헬 코르바초 협력감독/안무가. 사진=GS문화재단

모라우는 플라멩코의 상징인 붉은색을 과감히 배제하고 흑과 백,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통해 아파나도르가 연출한 사진 속 플라멩코의 이미지를 자신만의 세계로 확장한다. 30여명의 무용수들은 스튜디오가 된 무대에서 사진을 찍다가 어느 순간 사진의 일부가 되고, 무대는 투우장 같은 전혀 다른 공간으로 바뀌기도 한다. 무용수의 강한 에너지와 긴장감 있는 군무는 사진에서 출발한 플라멩코의 환상적 세계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루벤 올모는 “클래식 발레는 이야기가 있는 스토리 발레라 하는데, 아파나도르는 그런 형식은 아니다. 하나하나의 요소가 연결되는 무용 작품이라 할 수 있다”며 “사진으로부터 받은 영감을 시작으로 대기실에서 무용수들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무대에 올라가는 순간 어떤 걸 경험하고 느끼는지, 당시의 의상과 분장 등 모든 순간들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 결과를 이번 무대에서 보여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공연은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GS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이후 모라우는 라 베로날 컴퍼니와의 협연 ‘파시오나리아’, ‘죽음의 무도: 내일은 물음이다’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GS그룹(회장 허태수)의 지원으로 GS문화재단은 강남구 역삼동 GS타워에 위치한 공연장을 리모델링해 24일 GS아트센터를 개관했다. GS아트센터는 “여러 장르를 연결한 다층적, 입체적 예술 경험 제공을 통해 ‘경계 없는 관객’의 요람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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