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현장] 가나 초콜릿과 예술이 이루는 하모니

롯데뮤지엄·롯데웰푸드, ‘아뜰리에 가나’전 선보여

김금영 기자 2025.05.14 18:00:17

전시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코를 자극하는 달짝지근한 향이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이끈다. 주인공은 올해 출시 50주년을 맞은 롯데웰푸드의 ‘가나 초콜릿’. 가나 초콜릿의 역사를 돌아보고, 이를 예술적 감각으로 조명하는 자리를 롯데문화재단과 롯데웰푸드가 마련했다.

1975년부터 현재까지의 가나 초콜릿을 살피다

초콜릿향이 발걸음을 이끄는 전시장 입구. 사진=김금영 기자

‘아뜰리에 가나: since 1975-행복은 초콜릿으로부터’전 현장을 찾았다. 전시는 롯데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롯데뮤지엄에 마련됐다. 1975년 출시 당시부터 간식을 넘어 문화적 키워드이자 예술작품이 되고자 한 가나 초콜릿의 지난 50년 역사를 되짚으며 그 예술적 의미를 확장하고자 마련된 자리다.

이번 전시는 주로 해외 거장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해온 롯데뮤지엄에서 대규모로 선보인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전시는 가나 초콜릿의 역사를 나열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전시 주제에 맞게 롯데뮤지엄이 작가를 섭외하며 대중성과 예술성이 조화를 이루도록 구성했다. 전시 주제에 영감을 받은 작가의 신작들도 다양하게 선보인다.

가나 초콜릿의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아카이브를 다루는 공간. 사진=김금영 기자

전시를 기획한 롯데뮤지엄 이민지 전시사업팀장은 “가나 초콜릿이라는 우리 모두에게 친숙한 소재를 예술적 감각적으로 풀어내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이는 전시 타이틀에서도 엿보인다. ‘공방, 작업실’을 뜻하는 프랑스어 아뜰리에라는 단어를 사용해 우리 일상 속 친숙한 간식을 예술가들의 손끝에서 창조된 작품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구성했다.

전시는 크게 10가지 섹션으로 구성된다. 달콤한 초콜릿향과 함께 시작되는 섹션1을 필두로 가나 초콜릿이 세상에 나온 1975년부터 2025년 현재까지 어떤 변화를 거쳐 왔는지 관련 아카이브를 소개하는 섹션2가 이어진다.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에 맞춰 변화를 추구한 과정, 단순한 제품이 아닌 예술품으로 만들고자 한 노력, 기록적인 매출을 올린 순간, 진행해온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가나 초콜릿의 50년의 시간을 회고한다.

가나 초콜릿의 기억에서 영감을 받은 그라플렉스 작가의 작품들이 설치된 모습. 사진=김금영 기자

색션3부터는 본격 전시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그라플렉스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그라플렉스 또한 가나 초콜릿에 대한 추억이 있다고 한다. 그는 작가노트를 통해 “포장을 뜯고 조각이 된 초콜릿을 입에 넣는 순간, 초콜릿은 기억이 되고, 추억이 되고, 사랑이 된다”며 “어린 시절 부모님이 사온 초콜릿, 학창 시절 친구들과 나눠먹던 초콜릿, 좋아하던 친구에게 편지와 함께 주던 초콜릿도 지금은 좋은 추억으로 내 안에 남아있다”고 전했다.

그라플렉스는 자신의 시그니처 캐릭터인 ‘볼드’와 ‘픽셀’을 활용해 이 행복한 순간들을 시각화했다. 초콜릿을 선물하고 나눴던 기억을 ‘프레임’ 시리즈에 담았고, 가나 초콜릿의 상징적인 타이포그래피를 작가만의 픽셀 스타일로, 행복의 메신저가 됐던 초콜릿을 볼드 캐릭터로 표현해 전시장에 유쾌하게 펼쳐 놓았다. 관람객은 이 볼드 캐릭터를 활용한 오브제를 직접 만져볼 수도, 앉아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전시장에서 볼드 캐릭터의 위치는 매일매일 새롭게 바뀌어 있다고 한다.

김미영 작가는 초콜릿의 부드러운 질감을 작품으로 표현해냈다. 사진=김금영 기자

귀엽고 아기자기한 섹션3을 지나면 김미영 작가의 섹션4 ‘부드러운 시간’이 기다린다. 동양화 기법에 유화를 접목한 붓 터치로 마치 살아있는 듯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작업을 이어온 그는, 이번 전시에선 초콜릿이 주는 여유로운 순간을 부드러운 초콜릿의 질감으로 시각화했다. 물감이 마르기 전 덧칠하며, 자신의 시그니처 기법인 ‘마티에르(물감이 중첩돼 표현된 재질감)’와 초콜릿 텍스처의 연결성에 주목한 작품들이다. 특히 이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 또한 영상으로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김미영은 작가노트를 통해 “전시에 참여하면서 가장 집중한 부분은 부드러운 질감의 표현”이라며 “매력적인 초콜릿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색상의 물감과 다양한 재료를 혼합하며 내가 이해하고 있는 초콜릿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밀도를,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도록 구현해봤다”고 작업을 설명했다.

가나 초콜릿에 영감 받은 작가들의 작품 눈길

일본 작가 코인 파킹 딜리버리의 공간. 사진=김금영 기자

섹션5의 주인공은 정체를 숨긴 채 활동하는 미스터리한 일본 작가 코인 파킹 딜리버리다. 푸른색의 ‘시라이상’ 가면으로 늘 얼굴을 가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그는, 과거를 상징하는 공룡과 미래를 뜻하는 외계인을 결합시킨 시라이상 캐릭터로 활동한다. 이 공간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색상이다. 앞선 공간들이 갈색톤의 차분한 느낌이 주를 이뤘다면, 이곳에선 강렬한 빨간색이 공간을 구성한다. 롯데뮤지엄 측은 “한국에선 가나 초콜릿을 대표하는 색상이 갈색으로 알려졌는데, 일본에서는 빨간색”이라고 설명했다.

코인 파킹 딜리버리는 자신의 본래 작업과 가나 초콜릿을 연결하는 시도를 한다. 빨간 벽을 배경으로 거대한 가나 초콜릿 조각 위에서 드러누워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시라이상이 보인다. 이 모습을 통해 가나 초콜릿을 나눠먹으며 나누는 ‘물리적 교류’와 스마트폰을 통한 ‘디지털 소통’이라는 상반된 관계를 대비시키며, 우리가 현대 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 고민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설치 미술가 박선기가 초콜릿의 격자무늬를 형이상학적 형태로 거대한 전시 공간에 펼쳐 놓았다. 사진=김금영 기자

섹션6에서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설치 미술가 박선기가 초콜릿의 격자무늬를 형이상학적 형태로 거대한 전시 공간에 펼쳐 놓았는데, 이 작품의 재료는 숯이다. 관람객은 이 사이를 직접 걸어 다닐 수 있어 거대한 초콜릿의 숲 사이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

롯데뮤지엄 측은 “작가가 전시 공간에 수놓은 거대한 숯 오브제는 보는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 다르게 펼쳐지는 동양화를 연상시키며 관람객으로 하여금 미지의 세계를 상상할 수 있도록 이끈다”며 “단순한 간식이 아닌 ‘감각적 예술의 경험’을 지향하는 가나 초콜릿의 가치를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가나 초콜릿의 추억의 광고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사진=김금영 기자
가나 초콜릿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소개하는 공간. 사진=김금영 기자

섹션7과 8은 가나 초콜릿의 광고, 가나 초콜릿이 만들어지는 과정들을 소개한다.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배우 원미경, 채시라, 이미연, 오연수 등이 가나 초콜릿을 대표하는 얼굴로 활약했던 반가운 광고 영상을 다시금 만나며 그 시대와 가나 초콜릿에 대한 각자의 추억도 되새길 수 있다.

 

여기에 가나 초콜릿이 50년 동안 쌓아온 제조 기술을 소개하며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과정도 보여준다. 전시장 한켠엔 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가나 초콜릿을 직접 맛볼 수 있도록 배치해 놓았다.

김선우 작가는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 최상급의 카카오를 찾아 정글로 탐험을 떠난 도도새를 보여준다. 사진=김금영 기자

섹션9엔 미술계 스타 작가인 김선우의 작품이 등장한다. 그는 스스로 날기를 포기해 멸종한 도도새를 작품에 부활시켜 현대인의 꿈과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해왔다. 이 도도새가 이번엔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 최상급의 카카오를 찾아 정글로 탐험을 떠났다. 도도새의 새로운 모험을 통해 가나 초콜릿 브랜드의 성장과 미래를 보여주려는 의도다.

이 작업들은 프랑스 화가 앙리 루소의 작품 중 ‘더 드림(The dream)’과 ‘서프라이즈(Surprised!)’의 이미지를 각각 차용해 파스티슈(pastiche) 개념을 시도한 결과물이다. 관련해 김선우는 작가노트를 통해 “단순히 원작의 특정한 형식만을 차용하는 패러디보다는, 새로운 내러티브를 지닌 전혀 다른 작품으로서의 재창조를 시도했다”며 “앙리 루소가 초현실적이며 신비로운 정글의 풍경을 창조했다면, 그 초현실적인 정글 속에 도도새와 가나 초콜릿의 서사를 등장시켜 완전히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환상적인 공간을 연출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살롱 문화에서 착안한 '가나 라운지' 공간. 사진=김금영 기자

김선우의 환상적인 공간을 지나면 마지막으로 ‘가나 라운지’가 등장한다. 예술적 교류를 나누는 살롱 문화에서 착안한 공간으로, 가나 초콜릿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라인업과 아트 컬렉션 신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가나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여러 세대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도록 문화적, 사회적 측면 등 다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뮤지엄 측은 “이번 전시는 가나 초콜릿이 지향하는 예술적 감각으로서의 경험을 현대미술 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새롭게 해석하고, 단순한 디저트가 아닌 역사와 철학을 담은 헤리티지를 전달하고자 했다”며 “가나 초콜릿 50주년을 맞이해 예술과 감각, 창의성과 감성이 교차하는 이번 전시를 통해 저마다의 추억 속 초콜릿의 순간들이 새로운 의미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롯데뮤지엄에서 6월 29일까지.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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