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문화재단(이사장 김황식)이 운영하는 리움미술관이 감각과 예술, 미디어와 공동체,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잇는 실천의 장인 ‘감각 너머 2025’를 연다고 19일 밝혔다.
‘감각 너머’는 신체적 차이보다는 각자의 감각적 경험에 주목하며 다양한 관객과 만나는 방식에 집중한다. 단순한 물리적 접근성을 넘어서 미술관을 어떻게 감각적으로 경험하고 해석할 수 있을지를 질문하고, 예술을 통한 새로운 감각의 언어를 제안한다.
올해 키워드는 ‘미디어’다. 올해 프로그램은 미디어를 정보 전달 수단이나 기술적 장치가 아닌, 몸과 몸 사이의 관계를 매개하는 방식으로 탐색한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감각과 신체를 지닌 존재들이 연결되고, 느슨한 형태의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는 가능성을 함께 상상하고자 한다.
지난달 21~29일에는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에서 청각장애 청소년과 발달장애 성인 대상 워크숍 ‘겹겹이, 감각을 편집하는 중입니다’가 진행됐다. 청각장애 예술가 김은설이 이끈 이번 워크숍에서 참가자들은 진동, 빛, 그림자, 질감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의 흔적을 시각과 촉각을 통해 탐색하고 새로운 표현의 언어를 만들어 나갔다.
이달 20, 22일에는 작가이자 미국 뉴욕대학교(NYU Tisch ITP) 교수인 송예슬의 ‘검은 상자의 속삭임’ 워크숍이 열린다. 워크숍에서는 촉각 센서와 피지컬 컴퓨팅 장비를 활용해 말이 아닌 떨림과 감촉을 통해 소통하는 ‘촉각 언어’를 탐색한다. 참여자들이 직접 인터랙티브 오브제를 만들고 이를 통해 감각적 소통 방식을 창조하며 미디어를 비언어적 인터페이스로 재정의하는 과정에 참여한다.
이달부터 다음달까지 저시력 관객을 위한 작품 감상법 연구 워크숍 ‘보자보다보니까’를 10회 운영한다. 보자보다보니까는 공연예술가 이성수와 허영균의 주도로 일반 관람객, 저시력자들이 미술 감상법을 공동개발해보는 워크숍이다. 이를 통해 시각중심의 경험을 넘어서 다양한 감상의 가능성을 제안한다. 9월에는 저시력자와 일반 관람객이 워크숍에서 도출된 감상법을 실제 전시장에서 활용해 본다.
9월 17~27일에는 워크숍의 다양한 실험과 감각적 탐구의 내용을 공유하고 확장하는 ‘국제 포럼’이 열린다. 미디어를 감각과 기술, 신체와 사회를 잇는 예술적 매개로 조명하는 다양한 국내외 이론과 실천을 공유할 계획이다. 포럼과 더불어 다양한 형식의 워크숍, 퍼포먼스, 토크, 상영 등의 프로그램 또한 마련될 예정이다.
특히, 이 기간에는 지난해에 이어 프랑스 마르세유 보자르 산하 피랩 크레아시옹과 함께 수어가 아닌 몸짓으로 예술을 감상하는 워크숍을 선보인다.
리움미술관 교육연구실 김태림 학예연구원은 “감각 너머는 미디어를 통해 감각과 사람 사이의 새로운 연결 방식을 실험해 나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감각이 공존하는 열린 미술관을 지향하며 예술 실천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감각 너머는 2021년 청각장애 아동을 위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뒤 시각, 청각, 지체, 발달장애 등 다양한 감각과 신체 조건을 지닌 참여자와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포용의 장으로 확장됐다. 2023년부터는 매년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워크숍, 강연, 포럼, 출판 등 다양한 형식을 통해 ‘예술과 접근성의 관계’를 조명해오고 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