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메세나협회(회장 윤영달)가 1일, ‘2024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과 기업 출연 문화재단 등 735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총액은 약 212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대비 지원 건수(1861건)와 지원 기업수(587개)가 각각 18.5%, 14% 증가한 가운데 지원 규모(2125억 2000만원)는 1.8% 증가에 그쳐, 이를 두고 한국메세나협회는 “경기 위축과 정치 혼란 속에서도 지원 규모가 증가한 것은 고무적이나, 2023년 이후 여전히 정체 국면에 있다”고 분석했다.
장르·지역별 문화예술 지원 불균형 뚜렷
문화예술 지원의 장르·지역별 양극화는 더 뚜렷해졌다. ‘기업의 문화예술 분야별 지원 금액’에 따르면, 인프라(공연장, 복합문화공간, 미술관 등) 분야는(약 1201억) 전년 대비 소폭 감소(-0.3%)했으나 전체 지원 규모의 56.5%를 차지하며 절대적 우위를 유지했다.
미술·전시(약 319억원, +3.9%), 클래식(약 215억원, +23%), 문화예술교육(약 134억원, +1.5%) 분야가 그 뒤를 이었으며, 문학(33억원, +33.9%)과 무용(13억원, +2.4%) 분야에 대한 지원도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비주류·다원예술(약 56억원, -14.7%), 국악·전통예술(약 40억원, -1.6%), 영상·미디어(약 19억원, -33.2%), 연극(약 17억원, -30.7%), 뮤지컬(약 14억원, -24.6%) 분야는 기업의 지원이 감소했을 뿐 아니라 여전히 전체 지원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 3% 미만으로 크지 않았다.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사업 지역’에 대한 결과에서도 격차는 벌어졌다. 서울 지역이 48.6%(+11%)을 차지하며 수도권에 대한 지원은 61.1%로 집계됐으나, 비수도권 지원은 전년 대비 8.9% 감소하며 지역별 지원 편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예술가를 ‘지원 대상’ 아닌 ‘협력 파트너’로
이번 조사에서는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에 대한 관점 및 방식 변화가 두드러졌다. 기업이 문화예술 지원을 일방적 후원이 아닌 기업과 예술계의 상생 협력을 통한 가치 창출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음이 확인됐는데, 응답 기업 중 81.9%가 ‘예술가·예술단체는 지원 대상이 아니라 협력 파트너라고 생각한다’에 긍정적으로 답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기업의 문화예술 사업의 지속 기간’을 분석한 결과, ‘1년 미만’ 응답 비율이 22.6%로 전년 대비 15.1% 감소했으며 5년 이상 지속된 장기 사업의 비율은 55.4%로 전년 대비 21.5%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이 문화예술 지원을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중장기적 기업 활동의 일환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개별 기업 부문 KT&G 1위
기업 출연 재단 부문 삼성문화재단 1위 유지
지원 주체별 분석 결과, 개별 기업 부문에서는 KT&G가 전년도에 이어 1위를 유지했다. KT&G는 서울(홍대·대치), 춘천, 논산, 부산 지역에서 복합문화공간 ‘KT&G 상상마당’을 운영하고 있다. 시각·다원예술은 물론 ‘나의 첫 번째 콘서트, ‘대단한 단편영화제’ 등의 프로젝트를 통한 비주류 장르까지 폭넓게 지원하며 국내 문화예술계의 다양성을 확장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기업 출연 재단 부문에서는 삼성문화재단의 지원 규모가 가장 컸다. 삼성문화재단은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을 운영하며 겸재 정선, 필립 파레노 등 고미술 및 현대미술 작가까지 폭넓게 소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복합문화공간 ‘사운즈S’를 개관해 중견 및 신진 음악가들과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이고 있으며, 이 외에도 악기 후원 프로그램 ‘삼성 뮤직 펠로우십’, ‘피아노 조율사 양성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한국메세나협회 측은 “과거에 비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폭이 넓어졌으나 여전히 복지, 환경, 교육 등에 상당 부분 국한돼 있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와 기대를 고려하면 문화예술의 차별적 효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협회는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의 정체 국면을 타파하기 위해 지역 기업의 메세나 참여 확대 등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문화예술 지원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강화, 정부 공공사업 입찰 및 ESG 평가 시 가점을 부여하는 우대 평가제도 도입, 문화예술 지원 활동의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성과평가 프레임워크 개발, 후원매개단체 역할 및 기능 활성화 등 실효성 있는 정부의 다층적인 정책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