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옥션, 김환기·유영국 통해 한국 추상미술 전후 살펴

23일 7월 경매…야요이 쿠사마·하태임 등 여성 작가들의 감각적 조형 세계도 아울러

김금영 기자 2025.07.11 16:19:36

김환기 ‘항아리’ 작품 이미지. 사진=케이옥션

케이옥션이 23일 7월 경매를 연다고 11일 밝혔다. 총 104점, 약 87억 원 상당의 작품이 출품되는 이번 경매는 한국 추상미술의 시발점부터 단색화의 철학적 조형성, 그리고 감각적 조형 세계를 펼쳐온 여성 작가들의 작품까지 시대를 넘는 예술적 흐름을 한자리에 선보인다.

▲시대를 앞서간 예술적 실험과 독창성으로 한국 추상 미술의 지평을 넓힌 김환기와 유영국 ▲수행과 명상, 물질과 정신, 나와 세계의 관계를 깊이 있게 탐구해 반복과 비움, 물성의 실험, 존재와 관계의 철학적 사유를 통해 보여준 박서보, 정상화, 이우환, 그리고 ▲야요이 쿠사마, 최욱경, 하태임, 아야코 록카쿠, 에가미 에츠 등 국내외 여성 작가의 작업을 통해 시대의 감성과 삶의 층위를 예술로 풀어낸 감각적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김환기는 한국의 자연과 전통, 정서를 색면과 점화로 추상화해 서정성과 조형성을 겸비한 독자적 양식으로 발전시켰다. 이번에 출품되는 ‘항아리’는 1958년 파리에서 제작된 작품으로, 뉴욕에서 김환기가 본격적인 추상화로 나아가기 전의 작업이다. 김환기가 가장 사랑했던 물건이었던 조선 백자 항아리를 현대적 회화 언어로 풀어낸 이 작품에는 동양적 정서와 서정성이 깊이 스며 있다. 추정가는 별도문의나 경매는 9억 5000만원에 오를 예정이다.

유영국, ‘워크(Word)’ 작품 이미지. 사진=케이옥션

유영국은 일관되게 산을 주제로 삼아 기하학적 구조와 강렬한 색채를 통해 자연의 본질을 응축해왔다. 짙은 남색과 검정이 맞닿은 화면 위로, 굵고 단순화된 흰 선들이 산맥처럼 흐르는데 이는 풍경의 재현을 넘어서 감정과 질서, 자연의 본질을 드러낸다. “나는 산을 그린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그렸다”는 유영국의 고백을 실감하게 하는 작품이다. 추정가는 별도문의나 경매는 5억원에 시작할 예정이다.

1970년대 이후 한국 미술은 수행성과 물성의 탐구를 통해 동양 철학을 회화로 풀어냈다. 박서보는 한지 위에 선을 반복하며 동양의 시간성과 수행적 태도를 화면 위에 고스란히 담아냈고, 정상화는 물감의 물성을 강조해 화면을 감각과 사고가 축적된 장으로 확장시켰다. 또 이우환은 최소한의 표현과 여백의 미학을 통해 존재와 관계에 대한 사유를 시각화하며 한국 단색화가 세계 미술사 속에서 철학적 미학으로 자리 잡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박서보, ‘묘법 No. 080831’ 작품 이미지. 사진=케이옥션

야요이 쿠사마는 반복과 강박, 무한을 상징하는 도트 패턴을 통해 개인의 내면을 우주적 차원으로 확장하는 작업을 이어왔고, 최욱경은 1970년대 한국 사회의 제약과 긴장 속에서 색채와 형상의 해방을 통해 여성 정체성과 자아를 강렬하게 표현했다.

하태임은 절제된 색의 곡선을 반복적으로 중첩하여 감정의 리듬과 명상적 깊이를 담아내며, 아야코 록카쿠는 손으로 직접 그려낸 즉흥적 회화를 통해 자유로움과 순수성, 그리고 어린 시절의 기억을 환기시킨다. 에가미 에츠는 소통의 불완전함을 감각적으로 풀어내는 젊은 세대의 시선을 보여주고, 로이 홀로웰은 여성 신체의 형태를 추상화하고 입체적으로 구성해 여성의 생명력, 성, 출산, 정체성에 대한 시각적 사유를 제시한다. 이들의 작업은 단순한 성별의 구분을 넘어, 동시대 미술이 어떻게 감각적이면서도 사유적인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다.

아야코 록카쿠, ‘무제(Untitled)’ 작품 이미지. 사진=케이옥션

해외 미술부문에는 밈모 팔라디노, 엔초 쿠키, 산드로 키아, 미켈 바르셀로 등 1980년대 유럽 신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4인의 작품이 나란히 출품된다. 개념미술 이후 다시 감정과 서사를 회화로 불러온 이들의 작업은 형상성과 상징, 원초적 에너지를 통해 오늘날 회화의 본질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한국화 및 고미술 부문에는 ‘백자호’(별도문의), ‘청자음각연화문매병’(2500~5000만원), ‘백자청화운봉문호’(4000만~1억원) 같은 도자기와 ‘해학반도도’(8000만~2억원), ‘태학계첩’(2000~5000만원) 그리고 운보 김기창의 ‘복덕방’(3500~6500만원), 우향 박래현의 ‘잊혀진 역사 중에서’(4200만~1억 2000만원), 소정 변관식 ‘춘경산수’(500~1300만원), 의재 허백련 ‘추경산수’(1200~3000만원) 등 회화 작품이 경매에 오른다. 또 백범 김구의 ‘광복조국’(1400~2000만원), 의암 손병희의 ‘정영’(500~1000만원)의 글씨도 선보인다.

한편 경매는 23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열린다. 경매 출품작을 경매 전 직접 볼 수 있는 프리뷰는 12~23일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열린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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