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22는 2025년 8월 6일(수)부터 8월 22일(금)까지 이상훈(b.1964, 서울) 초대작가전 《Modern Society: Tapestry of Emptiness》을 개최한다.
이상훈 작가는 일상에서 반복되는 행위 흔적을 수집하고, 이를 시각적 언어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그는 자신을 ‘Visual Archeologist’라 칭하며, 개인의 삶과 사회 구조가 교차하는 지점을 탐색한다. 이번 전시는 그가 오랫동안 천착해 온 ‘현대인과 현대사회의 정체성’이라는 주제를 영상과 사운드가 결합된 미디어 아트 형식으로 풀어낸 작업으로, 동시대의 존재 조건을 다층적으로 사유하게 한다.
《Modern Society: Tapestry of Emptiness》는 서로 다른 직업과 나이를 갖는 열여덟 명의 참여자가 하루 15시간 동안 30분 간격으로 촬영한 일상 행위 이미지를 바탕으로 구성된다. 작가는 이 방대한 이미지 데이터를 분석하고 재구성하여, 두 개의 상이한 층위에서 사회적 정체성을 구현한다. 전시 중심을 이루는 ⟪Social Tapestry⟫는 참여자들의 행위 이미지를 시간 순서대로 중첩하고, 이를 사진과 영상으로 구현한 미디어 아트 작업이다. 이미지의 색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된 사운드는 화면 속 구조와 맞물려 함께 재생되며, 감각이 교차되는 하나의 구조를 형성한다. 이 사운드의 리듬은 이미지의 흐름과 섬세하게 호응하며 작품의 핵심을 이룬다. 관객은 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현대인의 삶이 어떻게 반복되고, 사회적 구조 안에서 어떻게 직조되는지를 직감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함께 전시되는 ⟪Social DNA⟫는 동일한 이미지들을 ‘일, 디지털, 대화, 섭식’이라는 네 가지 반복 행위로 분류하고, 각 행위에 고유한 색상을 부여해 시각적 패턴으로 구성한 작업이다. 이 패턴은 행위의 리듬을 이미지상에 드러냄과 동시에, 이미지와 사운드가 얽힌 리듬으로 드러낸다. 참여자마다 고유하게 설계된 색과 소리의 배열을 통해, 생물학적 유전자처럼 각자의 사회적 정체성이 코드화된다. 이는 실재의 흔적을 기호적이고 추상적인 구조로 환원한 작업으로, 데이터 기반의 사회적 풍경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Social Tapestry⟫가 행위의 층위를 감각적으로 기록하는 장이라면, ⟪Social DNA⟫는 그 행위를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인식의 틀이다. 두 작업은 각각 인덱스적(real traces) 이미지와 기호적(symbolic) 구조로 기능하며, 현실과 추상, 감각과 데이터, 개인성과 집단성이 교차하는 현대 사회의 복합적 풍경을 반영한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낸 하루의 행위들이 사실은 우리를 구성하는 가장 정직한 언어일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이상훈 작가는 그 언어를 영상과 사운드, 이미지와 패턴으로 직조하며, 감각 기반의 미디어 작업을 통해 현대인과 현대사회의 정체성을 탐색한다. 《Modern Society: Tapestry of Emptiness》는 익숙한 일상의 흐름을 낯선 감각으로 재배열하고, 사회라는 거대한 직물 속에서 개인의 흔적이 어떻게 얽히고 사라지는지를 이미지와 사운드가 얽힌 리듬으로 드러낸다. 관객은 이 작업을 통해 현대 사회가 어떻게 구성되고, 그 안에서 개인은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감각적으로 확인하게 되며, 동시에 그 구조를 다시 사유하게 된다.
이상훈은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예술과 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각적 탐구를 지속해 오며, 기억과 행위, 구조와 흐름을 미세한 시각적 패턴으로 엮어내는 작업을 통해 사회적 구조와 개인의 흔들림 사이에서 질문을 던진다.
2017년 Photographers Gallery Korea에서 초대작가전 《socio DNA》를 개최하며 본격적인 개인 작업을 선보였고, 2019년에는 반도 갤러리에서 초대작가전 《초코우유 사러 가는 길》을, 2022년에는 갤러리진선에서 개인전 《Meta-Object》를 개최하였다.
단체전으로는 2006년 KT Art Hall에서 열린 《소통》에 참여하며 전시 활동을 시작하였고, 2022년에는 홍천미술관에서 열린 《본질에 대하여》, 2024년에는 제2회 칠곡 국제 트랜스미디어 축제의 《길 위의 사진전》에 참여하였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