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프로젝트가 재해석한 입센의 ‘유령’, LG아트센터 무대 오른다

신작 ‘유령들’ 다음달 16일 개막

김금영 기자 2025.09.09 08:26:29

양손프로젝트 프로필 이미지. 사진=LG아트센터

연극계의 히트 메이커 ‘양손프로젝트’가 헨리크 입센의 ‘유령’을 각색한 신작 ‘유령들’을 다음달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에서 선보인다.

양손프로젝트는 연출 박지혜, 배우 손상규·양조아·양종욱으로 구성된 공동창작집단으로 네 명이 각색, 극작, 연출, 연기를 모두 소화하며 자신들만의 고유한 연극 세계를 구축해 왔다. 원작에 새로운 층위를 더하는 텍스트 해석과 미니멀한 무대를 배우의 힘으로 채워내는 특유의 공연 방식으로 관객층의 지지를 얻고 있다.

양손프로젝트와 LG아트센터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양손프로젝트 멤버들은 그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LG아트센터와 함께했다. 박지혜 연출은 이자람 판소리 ‘눈,눈,눈’(2025), ‘노인과 바다’(2022)를 연출했으며, 손상규 배우는 ‘벚꽃동산’(2024)에 출연하는 한편 연출가로서 ‘타인의 삶’(2024)을 이끌기도 했다.

양손프로젝트는 ‘전락’, ‘데미안’, ‘단편선 레파토리전’ 등 소설의 무대화 작업을 비롯해 전통적인 공연장을 넘어 확장된 공간에서 진행한 낭독 공연 ‘희곡극장’, ‘어떤 목소리’ 등 꾸준히 새로운 실험을 이어왔다. 또한 아비뇽 페스티벌(‘낮과 밤의 콩트’), 헝가리 국립극장(‘한 개의 사람’), 영국 런던을 비롯한 6개 도시의 극장(‘여직공’) 등에서도 공연을 올렸다.

이번 신작 유령들은 양손프로젝트가 새롭게 선보이는 ‘입센 3부작’ 시리즈의 출발점이다. 올해를 시작으로 3년간, 사실주의 거장 헨리크 입센의 희곡을 매년 한 편씩 무대에 올리며, 작품마다 반복되고 고조되는 주제 의식을 탐구하고 심화시켜 나갈 예정이다. 유령들은 그 첫 관문이다.

헨리크 입센의 희곡 유령의 노르웨이어 원제는 ‘Gengangere’로, 영어권에서는 ‘Ghosts’로 널리 알려져 있고, 국내에서는 보통 ‘유령’으로 번역된다. Gengangere는 ‘돌아오는 자’라는 뜻으로, 작중에서는 과거의 잔재이면서도 인물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당대의 관습, 관념, 종교 등을 뜻한다. 헨리크 입센은 19세기 중반, 당대 개인들의 삶을 과도하게 규정짓던 종교와 관습, 도덕 등을 비판하려고 유령을 썼다. 양손프로젝트는 이러한 눈에 보이지 않는 과거의 이념들이 시대를 넘어, 현재를 살아가는 존재들의 삶을 여전히 지배하고 제한하는 데 주목했다.

양손프로젝트는 타인의 시선이나 잣대에 얽매이지 않은 온전히 개인의 정체성이라는 것이 있는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안에도 우리를 지배하는 ‘유령들’이 있지 않은지에 관해 물음을 던진다.

또한 드라마를 보여주는 데 있어 필수적이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가능한 한 많이 덜어내고, 빈 공간을 가득 채우는 배우의 힘으로 날카롭게 벼려진 갈등과 이야기를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양손프로젝트는 이번 유령들에서 가변형 블랙박스인 U+ 스테이지의 공간 특성을 활용, 무대 4면을 둘러싼 아레나 형태의 객석에 관객들을 배치한다. 장면을 만들어 ‘보여주는’ 대신, 관객이 함께 호흡하고 사건의 중심에서 ‘경험하게’ 하고자 하는 의도다. 4면의 객석에서 관객은 마치 유령들의 배경이 되는 주인공 알빙 부인의 집 거실에 둘러앉은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번 공연에선 양손프로젝트 박지혜가 연출을 맡고, 김형연 디자이너가 조명을, 작곡가 겸 사운드 디자이너 카입이 사운드를, 국내외에서 연극과 영화를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최고야 디자이너가 무대를 맡는다. 공연은 다음달 16일부터 26일까지 LG아트센터 U+ 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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