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 '대구국제아트페어(DIAF) 2025' 참가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을 폭넓게 소개

안용호 기자 2025.10.24 07:45:09

안규철(b. 1955) 〈영원한 신부 I〉, 〈영원한 신부 II〉 1995/2025 Paint on wood
20 x 20 x 42.5 cm each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는 오는 10월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대구 엑스코(EXCO)에서 열리는 ‘대구국제아트페어(Daegu International Art Fair, 이하 DIAF) 2025’에 참가한다.

 

올해로 18회를 맞이하는 본 행사는 2008년 첫 개최 이래 영남 지역을 대표하는 미술 축제로 자리매김해 왔다. 총 108개 갤러리가 참여하는 이번 페어는 기존 컬렉터 뿐만 아니라 젊은 신진 컬렉터를 대상으로 회화, 조각, 판화, 사진,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 외에도 행사기간 동안 현대무용 퍼포먼스와 도슨트 투어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그중 한일수교 60주년 기념 특별전 《한·일 현대미술전》은 양국 현대미술의 현재를 조망하고 문화적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된 전시로, 역사적 상징성을 나타냄과 함께 한국과 일본의 예술적 공감대를 확장하고자 한다.

국제갤러리는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을 폭넓게 소개한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개념적 미술을 전개해온 안규철의 〈영원한 신부 I〉(1995/2025)과 〈영원한 신부 II〉(1995/2025)가 출품된다. 작은 문 두 점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는 각각 안쪽과 바깥쪽으로 조금씩 열린 채 멈춰 있다. “역사는 전진한다”는 말과 달리, 시간이 흘러도 왜 우리는 여전히 제자리인가를 묻는 작가의 날카로운 언어적 유희와 재치를 엿볼 수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기하학적 추상을 탐구해 온 홍승혜의 조각 〈액자형 부조〉(2024)도 함께 선보인다. 벽면에 걸리는 부조 형식의 이 작품은 의도적으로 구멍을 뚫어 그 너머의 형태들이 자유롭게 진입하도록 여백을 마련한다. 또한 설치 위치나 조합 방식에 따라 완결된 형태가 유기적이고 가변적으로 변화하는 특징을 지닌다.

박찬욱(b. 1963) 〈Face 27〉 2013 Archival pigment print 80 x 80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신작 영화 〈어쩔수가없다〉를 개봉한 박찬욱의 사진 작품 〈Face 27〉(2013) 역시 출품된다. 오래된 주유소의 풍경 속에서 익숙한 사물의 낯선 표정과 예기치 못한 아름다움을 포착한 이 작업은, 철저한 계획 아래 제작되는 영화와 달리 우연과 즉흥성을 중시하는 사진작가로서의 박찬욱의 면모를 드러낸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 속에서도 여전히 이어지는 한국 전통 종교와 민간신앙의 영향에 주목해 온 박찬경은 올해 처음으로 선보인 회화 시리즈 중 하나인 〈두루미 호랑이 거북이〉(2025)를 선보인다. 장수를 상징하는 두루미, 귀신을 물리치는 호랑이, 장수를 상징하는 거북이 등 오랜 세월 민화 속에 등장해온 상징들을 수석과 같은 형태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아울러 디자이너가 미술 언어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흥미로운 지점들을 탐구하는 김영나의 〈Skirting S20-6〉(2024)은 벽과 바닥의 이음새를 덮는 건축적 구조인 걸레받이에 주목하여, 주어진 실내 건축 구조를 기본 단위 삼아 이를 울과 아크릴 자수로 장식한 작업이다. 더불어 삶의 풍경에서 추출한 다채로운 이미지를 추상회화로 확장해온 이희준의 신작 〈Eternity〉(2025)는 일상의 다양한 공간과 장소에 각인된 작가의 개인적 경험을 복기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작가는 촉각, 시각, 후각 등 감각의 기억을 점, 선, 면, 곡선의 조형 요소로 풀어내며, 리드미컬한 조형감과 특유의 색채로 이를 생동감 있게 구현한다.

장파(b. 1981) 〈Gore Deco – Emily: I Still Can Sing〉 2025 Silkscreen, oil on linen
72.7 x 90.9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이번 페어의 국제갤러리 부스에서는 스펙트럼을 더욱 확장해 각자의 시선으로 동시대성을 탐구하는 젊은 여성 작가들의 작품 또한 새롭게 소개된다. 먼저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기존의 재현 문법을 뒤집는 작업을 이어온 장파는 회화 〈Gore Deco – Emily: I Still Can Sing〉(2025)에서 장기와 신체 내부 기관 등이 뒤얽힌 형태를 그려낸다. 작품에는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의 시가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문신처럼 새겨져 비정형적 몸체가 간직한 시적 강인함을 드러낸다. 작가는 오는 12월 9일 국제갤러리에서의 첫 번째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임영주(b. 1982) 〈심우도 (尋牛圖) : V-마음의 꼬리와 머리의 혹-R〉 2020 Oil on canvas
45 x 53 cm each 
Courtesy of the artist and Gyeonggi Museum of Modern Art
사진: 홍철기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한국 사회의 미신과 신화, 비합리성의 형성과 수용 과정을 꾸준히 관찰해 온 임영주는 불교의 ‘심우도(尋牛圖)’ 도상을 차용한 회화 시리즈 〈심우도(尋牛圖): V–마음의 꼬리와 머리의 혹–R〉(2020)을 선보인다. 작품 속 떠내려가는 소를 지켜보는 한국식 파마머리의 아주머니 머리 위에는, 마치 부처의 육계(肉髮)처럼 솟은 혹이 묘사되어 있다. 임영주는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진행 중인 전시 《올해의 작가상 2025》에 참여 중이다. 새로운 도시 계획 발표로 끊임없이 변모하는 도시 공간을 시지각적이면서도 신체적인 경험으로 포착해온 김세은의 작품 〈연말 도로〉(2023–2024)도 자리한다. 작가는 도시의 구조물, 도로 등 물리적 기반시설이 놓인 이후 남겨진 주변 공간에 체화된 시선을 투영하고, 그 시선을 따라 공간이 어떻게 감각되고 경험되는지를 회화로 풀어낸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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