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아트, 내년 최종태 시작으로 문신 등 작업 소개

내년 주요 전시 라인업 공개

김금영 기자 2025.12.23 16:11:33

최종태 작가. 사진=가나아트

가나아트가 내년 상반기 가나아트센터에서 진행될 주요 전시를 22일 공개했다.

먼저 지난달 열린 조각가 박은선의 개인전, ‘치유의 공간’이 다음달 25일 종료 예정이다. 가나아트에서 17년 만에 열린 이번 전시는 박은선의 대표작인 ‘Colonna Infinita(무한 기둥)’ 연작을 비롯해, 3m 30cm 높이의 대형 조각 ‘Generation–Evoluzione(생성–진화)’를 첫 공개하고, 5m 높이의 ‘Colonna Infinita–Accrescimento(무한 기둥–증식)’(2019)과 3m 높이의 ‘Colonna Infinita–Continua(무한 기둥–연속)’(2025)를 야외 전시장에 설치하는 등 총 무게 8톤에 달하는 대형 조각 3점을 선보였다.

가나아트는 본 전시를 통해 그간 국내에서는 자주, 다양하게 만날 수 없었던 박은선의 주요 작품들을 소개하며, 시간과 무한, 존재와 회복에 대한 사유를 나누는 예술적 치유의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 내년 10월 말에는 박은선의 작업 세계를 상징하는 ‘무한 기둥’을 주제로 한 ‘인피니또 미술관(Infinito Museum)’이 개관할 예정이다.

2월과 3월에는 한국 교회조각의 토착화와 현대화를 이끈 선구자로 평가받는 최종태의 개인전 ‘얼굴(Face)’이 열린다. 이 전시는 최종태의 지난 화업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두상에 집중한다. 작가가 작업 초기부터 꾸준히 다뤄 온 인물과 인체 조각 중 얼굴은 인간의 심성 표현이거나 시대적 발언이며, 조형 실험의 도구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문신, '무제(Untitled)'. 브론즈, 72x40x100(h)cm. 1989. 사진=가나아트

얼굴 작업에 대해 그는 인체의 한 부분이 아닌 하나의 조형으로서 완전한 얼굴을 완성하고 싶고, 여전히 그 과정 중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여정에서 ‘얼굴’ 연작은 소재나 형태면에서 수많은 변이를 보였고, 이에 따른 다양한 해석이 존재해왔다.

최종태의 얼굴 조각만을 다루는 전시는 2001년 가나아트센터에서 있었던 ‘일흔의 시간, 얼굴’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2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제작된 작품 100여점을 망라함으로써 최종태의 <얼굴> 연작의 역사를 되짚어 보고, 새롭게 나타난 경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6월에는 문신 개인전이 열린다. 가나아트와 가나문화재단이 공동으로 기획하는 이번 전시는 문신의 흑단, 브론즈, 석고 조각을 비롯해 1950년대 작업한 회화를 대규모로 선보인다. 문신은 곤충, 새, 식물 등을 연상시키는 기하학적인 형태의 조각을 통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하며 한국 근현대미술사에 주요한 발자취를 남긴 작가 중 하나다.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자연의 생명력을 담아내고자 했던 그는 시메트리(Symmetry), 즉 대칭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업을 통해 기계적이면서도 자연의 이치가 보이는 형태를 선보였다. 올해로 문신이 작고한 지 30년이 넘었다. 가나아트와 가나문화재단은 보다 폭 넓은 대중들과 함께 그의 조각 세계를 공유함으로써 그를 다시 기억하고자 한다.

가나아트 한남, 박석원·히로시 스기토·무라세 교코 등 선보여

'박석원'전. 2022. 김세중미술관, 서울

가나아트 한남은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흐름을 조망하는 주요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 1월과 2월에는 자연의 움직임과 구조를 주요한 탐구 대상으로 삼는 박철호의 개인전 ‘오버랩(Overlap)’을 연다. 본 전시는 1990년대 이후 발표된 판화와 드로잉을 비롯해 회화와 조각에 이르기까지 그의 주요 작업을 한자리에 모아, 그의 작업 세계가 어떠한 맥락 속에서 전개되어 왔는지를 살펴본다.

박철호는 자연의 외형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내재한 움직임과 관계를 추상적 이미지로 시각화해 왔다. 전시는 초기 작업에서 출발해 ‘물결(Ripple)’ 연작을 거쳐 신작 오버랩에 이르는 흐름을 따라 구성되며, 매체와 형식의 변화 속에서도 지속돼 온 작가의 조형적 관심을 드러낸다.

2월과 3월에 예정된 박석원의 개인전은 그가 오랜 시간 구축해온 조각 작업과 더불어, 최근 집중해온 한지 기반의 ‘물성 회화’를 함께 조명하며 그의 조형 언어가 입체와 평면을 넘나들며 확장되는 지점을 보여준다. 박석원은 1960년대 국전 최연소 추천작가로 등장한 이후, 한국아방가르드협회의 창립 멤버로 활동하며 기존의 구상주의 조각으로부터 탈피한 추상조각으로 한국 조각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후 그는 ’분절’과 ‘결합’이라는 방법론을 통해 자연의 물성과 한국적 미감을 핵심 어법으로 정립해왔으며, 본 전시는 조각과 회화를 가로지르는 그의 작업 궤적을 통해 박석원이 한국 현대미술에서 재료와 형식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해온 핵심 작가임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히로시 스기토: 플라이리프 앤 리너(flyleaf and liner)'전. 2025. 히로사키 현대 미술관

4월에는 일본 여성 작가 가와우치 리카코의 개인전이 가나아트 한남과 가나아트 남산에서 동시에 열린다. 가와우치의 작업은 가나아트센터 그룹전 ‘바디, 러브, 젠더(Body, Love, Gender)’(2023)를 통해 처음 한국에 소개된 바 있으며, 작가는 자신의 신체에 대한 위화감과 음식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섭식 행위와 성적 상호작용 등 신체적 경험을 주요 주제로 작업을 전개해왔다.

회화를 중심으로 네온 조명, 자수,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표현 영역을 확장해온 그는 최근 일본 쿠로베 시립미술관에서 첫 미술관 개인전을 가졌다. 이번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개인전은 작가의 작업 세계를 보다 심도 있게 조망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 전시로는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던 응의 개인전이 마련된다. 본 전시는 2021년 가나아트 나인원에서의 개인전 이후 약 5년 만에 열리는 자리로, 8월부터 9월까지 진행된다. 조각, 사진, 영상, 회화, 대형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해 온 던 응은 이번 전시에서 회화 신작을 선보인다.

던 응은 아시아문명박물관, 에르메스재단 싱가포르 등의 커미션 작업을 통해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왔으며, 기억과 시간처럼 일시적이고 비가시적인 속성을 지닌 형이상학적 주제에 지속적으로 천착해 왔다. 이번 개인전은 던 응의 예술적 관심사가 회화라는 매체 안에서 어떻게 확장되고 변주되는지를 조망하는 자리가 된다.

10월에는 일본 작가 히로시 스기토의 개인전이 예정됐다. 10월부터 12월까지 이어지는 본 전시는 가나아트에서 6년 만에 선보이는 스기토의 두 번째 개인전이다. 작가는 꿈과 이상, 기억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비가시적 대상을 정교한 선과 기하학적 구조로 환원하는 회화 작업을 지속해왔으며, 여백을 중시하는 일본 전통회화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이미지를 구조적으로 배치하고 프레임 안에 또 다른 프레임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기억의 깊이를 시각화해왔다.

최근엔 일본 히로사키 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축적해온 회화적 탐구의 궤적을 한 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무라세 교코, '바디, 러브, 젠더'전. 2023. 가나아트센터

내년 마지막 전시로는 일본 작가 무라세 교코의 개인전이 열린다. 작가는 소녀의 형상과 긴 머리카락, 조개껍질, 나비, 새, 식물 등의 모티프를 통해 바람과 물속을 유영하듯 떠다니는 시적이고 부드러운 회화 세계를 구축해 왔으며, 파스텔과 오일, 안료 등 다양한 재료로 구현한 연한 색조와 섬세한 화면이 특징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2016년 일본으로 귀국하기 전까지 독일 뒤셀도르프의 녹음이 우거진 공원 인근에서 거주한 경험은 자연을 공감각적으로 인식하고 표현하는 그의 회화적 태도에 중요한 기반이 됐다. 기억과 경험의 잔상을 캔버스 위에 포착하는 데 주목해 온 무라세 교코는 다가올 가나아트의 전시에서도 특유의 서정적인 작업 세계를 선보일 예정이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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